[세계타워] K상무의 EU CBAM 악전고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독일 고객사가 '이럴 거면 더 비싸도 탄소배출량 기준을 맞춘 유럽산 제품을 쓰는 게 낫겠다'고 한다. 진짜 무역장벽이다."
국내 중소 철강 원재료 제조사의 K 상무는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CBAM)와 관련해 7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EU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올해 2분기까진 기준값 적용을 허용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일 고객사가 ‘이럴 거면 더 비싸도 탄소배출량 기준을 맞춘 유럽산 제품을 쓰는 게 낫겠다’고 한다. 진짜 무역장벽이다.”
유례없는 제도라서인지 EU에서도 ‘보고서 등록 지연’ 등 시행에 엇박자가 있었다. 내년 말까지 ‘전환 기간’으로 설정하고 수입 보고서 의무만 부여한 이유일 것이다. 그때까지는 EU 기준에 맞는 보고서 제출 대신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자국의 배출량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K 상무는 EU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다. 철강 수출업만 25년인 그는 “유예기간에 넋 놓고 지내다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기로 한 K 상무에겐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EU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올해 2분기까진 기준값 적용을 허용했다. 10월에 작성할 3분기(7∼9월) 보고서부터는 탄소배출량을 직접 측정해야 한다. 언뜻 시간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제품이 EU에 도달한 시점 기준이라서 K 상무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여뿐이다. 그는 “제품 제조에 30∼50일, 배를 통한 운송에 두 달쯤 걸린다”며 “3월 중순부턴 제품 생산 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EU가 CBAM을 꺼내 들자 국내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응 격차 얘기가 나왔다. 대기업들은 2022년부터 전담 테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적극 대응해 첫 보고 때 EU 요구대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냈다. 돈·인력·시간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은 물론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실무 차원의 도움은 부족하다.
첫 보고를 잘 끝낸 대기업들은 TF를 해체하고 담당자를 한두 명만 둔 평시체제로 전환해 일부 중소기업의 간절한 요청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고, 정부가 꾸린 원스톱 지원센터 등에선 “최근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라”고만 조언했다.
중소기업들은 배출량을 측정할 기기는 어떤 것이고 어디서 구매하는지, 이를 검증할 제3기관은 어디이고 비용은 얼마인지 등 마지막 퍼즐이 필요하다. 지난해 초부터 CBAM 대응에 시간을 쪼개 쓰는 K 상무는 “정부와 대기업이 도움 준 것만으로 감사하다”면서도 “저보다 모르는 경쟁사 후배들과 알음알음 준비하는 게 힘겹다”고 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에는 악전고투하는 K 상무들이 많다. EU CBAM을 시작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 미국판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청정경쟁법(CCA) 등 환경을 기치로 밀려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들이 중심을 잃지 않을 실무적 도움이 절실하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