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과 없이 '처신' 강조…"김건희, 매정하게 못 끊은 탓"[특별대담]
"한동훈과 총선 후 만나기로…이재명 영수회담은 곤란"
"남북정상회담 소득 없었다고 봐야…NPT 준수가 국익"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목사 최재영 씨의 방문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명품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윤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다. 유감 표명이나 명시적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7일 밤 10시 KBS로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 여사 논란을 비롯해 △물가 안정 △의료개혁 △교육개혁 △저출산 △주식시장 코리아디스카운트 △중대재해처벌법 △여소야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지율 △정치인 피습 △외교·안보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걸친 생각을 밝혔다.
이번 대담은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차 기자회견 대신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 형식을 택해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녹화해 이날 방송된 것이다.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려워"
대담은 윤 대통령이 박장범 KBS 앵커에게 대통령실 청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앵커와 마주 앉아 질문과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총 100분간 진행됐다.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한 질문은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에 이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강아지 6마리를 키우면서 자식처럼 생각하고 하니 많은 견주들과 개 식용에 반대하는 분들이 입법화 운동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아내의 가방 수수 경위에 대해 "관저에 들어가기 전 서초동 아파트에 살던 때다. 아내의 사무실이 지하에 있었다"며 "주민들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 목사가)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또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면서 "자꾸 오겠다 해서 제가 보기에는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정치 공작의 희생자'라는 여당 주장에 동의하는지를 묻자 "시계에 몰카(몰래카메라)까지 들고 왔으니 공작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터뜨리는 것 자체가 공작이라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박절하게는 아니겠으나 좀 더 분명하게 단호하게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로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윤-한 갈등설'에 "사소한 것 중요치 않아"
최근 갈등설이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언제 통화했나'라는 질문에 "비대위원장 취임 무렵에 했다.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직접 전화를 걸며 소통하기에는 우리 한동훈 위원장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 "결국 국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갈등설 같은)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다면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선 거듭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됐다. 여야 지도부끼리 논의하고 그렇다면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며 "영수회담은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은행 공정 경쟁 유도, 금리 1.6% 낮아져"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 등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 대한 관리 방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많이 풀고 수입 과일도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유입되도록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생필품, 생활물가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을 통해 물가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로 확대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공정 경쟁 유도'의 성과로 호평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과점 산업체계가 돼 고객 입장에서는 피해를 보는 점이 많다"며 "다양한 대출 조건의 금리를 보고 편리하게 갈아타기를 함으로써 과점 체계 은행의 경쟁을 유도한 결과 금리가 1.6% 정도 내려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 대해 "고령화 등으로 의료수요는 점점 커진다. 의료산업의 글로벌 진출이나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육성을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일단 합계출산율 1.0을 목표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구조적 부분, 구체적 정책 부분을 나누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가시적인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한일·한미일 관계 긍정 평가
한일관계 개선·한미일 공조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 성과는 긍정적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일관계 정상화는 북핵 위협에 대한 한일 간,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중요해져 복원돼야 할 명분과 이유가 더 분명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작년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한 것은 3국 간 핵 위협에 대한 공조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글로벌 지역에서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하자는 것으로 더욱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 두 사람 모두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를 존중한다"며 "한중관계의 상호존중,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공동의 번영과 토대를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과 중국의 국정 기조나 대외관계 기조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내 별도의 국가체제, '2국 체제' 전환 움직임도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단일민족에서 2개 국가라고 하는 원칙으로 변경한 건 엄청난 변화"라면서 "다만 그 기저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는 북한 주장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북한 정권을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러면 이성적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많겠나"라고 되물었다.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에 비춰 보면 마음만 먹으면 (핵 개발에)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보여주기식'으론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서도 "세 분 다 남북 관계를 위해 노력했지만 돌이켜 봤을 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은 할 수 있지만 먼저 인도적 협력이 필요하고 실무자 간 논의가 진행되는 '바텀 업'(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전달하는 프로세스)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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