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김정은의 '커밍아웃'이 놀랍지 않은 이유
3대 걸친 핵 개발의 예정된 결론
北 본색과 종북 세력 실상 꿰뚫고
평화를 위해선 긴장 견뎌야
안보 불안의 본질은 핵 비대칭성
윤성민 논설위원
김정은은 일련의 발언과 조치를 통해 민족·화해·통일·평화를 모두 부정하고, 핵 무력으로 남한을 평정하겠다는 전쟁론을 노골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두고 급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변한 게 없다. 양의 탈을 벗으니 늑대의 본색이 드러났을 뿐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은 달랐다고 하지만, 그들 역시 무력에 의한 남한 점령을 노렸다는 점에서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김일성 일가는 6·25전쟁 이후 70여 년간 남한을 무력 공산화하겠다는 야욕을 버린 적이 없다. 김일성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건 이미 1950년대다. 최정예 테러리스트를 침투시켜 남한 대통령 참수 작전도 시도했다. 김정일 대에 접어들어선 우리 정치에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다. 그 역사적 계기는 2001년 9월에 있었다.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이다. 북한 통일전선부의 지령에 따라 충북 괴산 군자산(君子山)의 한 수련원에서 ‘민족민주전선 일꾼전진대회’가 열렸다. 남한 각지에서 주사파 700명이 모였다.
군자산의 약속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길거리 통일 운동 대신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남한 제도권 정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핵·미사일로 미국을 압도해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하자는 것이다. 당시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집회에 참석한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북한 주도의 통일론은 군사적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며, 사실상 6·25전쟁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사파의 국회 진출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 아니라 남한을 북한 순응적 사회로 바꾸는 것이다. 급기야 전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을 이관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군자산 약속의 핵심 경기동부연합은 민노당의 후신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2012년 총선에서 13석을 차지한다. 당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덕에 지역구에서 7석이나 얻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된 것도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아서다. 강 의원의 보좌관들은 통진당 출신이다. 전 통진당 의원 이석기는 남한 주사파 중 가장 극좌적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북한이 전쟁 준비를 하라는 지령을 내리자 통신·유류시설 파괴 모의까지 한 사람이다.
김정은 대남관의 변곡점은 전술핵이 대두된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다. 전술핵 개발과 배치 계획을 밝힌 이후 그간 대미 자위적 수단으로서의 핵이 아니라 대남 선제공격용으로 핵 겁박을 남발하고 있다. 김정은의 최근 방침 변화는 이런 맥락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다. 남한에 물들어가는 내부 단속용이든, 남한 총선과 미국 대선을 겨냥한 것이든 시기의 문제일 뿐 핵 자신감은 전쟁론을 예정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커밍아웃’에 남한 내 종북 세력과 맹목적 평화주창자들은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윤미향 의원 주최 토론회의 한총련 정책의장 출신 골수 주사파 인사의 ‘북 전쟁 수용’ 발언은 자충수다. 그들은 이 행사를 계기로 남한 대중에게 확실한 피아 식별 표식을 제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김정은이 도발을 멈춰야 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원인 제공을 한 듯한 뉘앙스를 계속 풍기고 있다. 번지수가 한참 잘못된 정치 공세다.
평화를 위해선 긴장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대만은 선거 기간에 중국의 노골적인 무력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그들의 힘은 뚜렷한 안보 의식에서 나온다. 홍콩처럼 되기 싫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남한을 제1주적으로 명시했다. 증오와 분노는 국가 안보의 분명한 힘이다. 북한의 본색과 종북 세력의 실상도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하고 있는 게 민주노총이다. 조합비를 내는 노조 지도부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아킬레스건은 핵 비대칭성이다. 북한이 서해 일부 지역을 기습 점령한 뒤 전술핵으로 위협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상황은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다. 국민들은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국민 90% 이상이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70% 이상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 현실적 제약이 너무나 크지만, 우리 생존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핵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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