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연휴에 뭘 볼까, 설 영화 (거의) 완전정복<1편>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43번째 레터는 ‘설 연휴 영화 (거의) 완전정복’<1편>으로 준비했습니다. 설 기대작들은 7일(수) 일제히 개봉하는데요, 뭐가 걸려있고, 뭐를 보면 좋을지(혹은 좋지 않을지), 취향 따라 고르시도록 간단명료하게 알려드릴게요. 실시간 예매율 10위 내 영화, 그 중에서 설 연휴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로 우선 말씀드립니다. 1편은 레터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영화 먼저 나갑니다. 선택에 도움이 되시길.
1월31일 개봉 후 굳건하게 박스오피스 1위, 실시간 예매율 1위(이하 6일 현재)를 지키고 있는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입니다.
보시기 전에 아시고 가실 것.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아니 왜 배우가 대사를 안 하고 노래를 해?” 이런 관객들 계실 수 있어서 말씀드려요. 뮤지컬이 의외로 취향을 꽤 타거든요. 미국에서도 요즘 뮤지컬 영화를 뮤지컬 영화라고 알리지 않고 마케팅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웡카’도 그랬고요. 물론 흥행은 잘 됐습니다. 그렇다고 ‘웡카’에 뮤지컬 장면이 아주 많이 나오느냐, 그건 아닙니다. 적당히, 화려한 장면을 더 극적으로 북돋워주는 정도입니다. 과하지 않게, 흥겹게.
‘웡카'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화 스타인 티모시 샬라메를 보는 재미로 즐기는 영화입니다. 티모시가 노래도 하고, 춤(비슷한 것)도 추고, 달콤한 초코렛을 건네주고,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도 짓습니다. 요즘 대세 배우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눈이 즐겁고 싶으시다면 ‘웡카'를 추천합니다. 분홍 플라멩코와 함께 무지개빛 풍선을 타고 저 먼 하늘로 날아오르는 환상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세요.
예매율 2위는 배우 조진웅, 김희애 주연의 영화 ‘데드맨’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이름을 빌려줬다가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dead man)으로 처리된 남자의 내 인생 찾기 분투기입니다. 이 영화를 제게 20자평으로 쓰라고 한다면 딱 이랬을 거 같습니다. ‘기승전승결 기기승전승 결기승승결 기결승전전'.
자기 이름을 찾는 남자, 이름을 통해 자아를 찾고, 인생을 찾고, 거듭나 다시 태어나는 남자. 바지 사장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제, 접근 방식은 신선했어요. 그런데 착상이 뛰어나다고 영화가 뚝딱 되던가요. 착상은 좋은데 착지가 전혀 안 되는 이야기가 2시간 내내 갈짓자 행보를 거듭합니다. 더 힘줘야 할 부분은 스쳐가고, 스쳐야 할 부분은 우악스럽게 힘이 들어가 있어요. 전체 톤 조절이 불균질해서 일부 장면은 저 혼자 따로 노는듯 이질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준원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괴물'의 각본을 봉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다고 해서 특히 각본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습니다. 쓰는 것과 그걸 장악해 연출하는 것은 이렇게 다른 것인가 봅니다.
3번째 영화는 예매율 6위인 영화 ‘소풍’입니다. 이 영화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추천해서? 아니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전직 대통령의 저 유명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 (이하 문장에 결말 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가 들어있습니다.)
네, 저는 속았지만 국민이 모두 속기 전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 저 포스터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저런 영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긴 해요. 제가 이 직전 레터에서 영화 ‘플랜 75′ 말씀드렸죠, 나이 75세 되면 국가가 안락사 시켜주는. 그 영화도 이 영화에 비하면 해피엔딩입니다.
삶에 대한 각자의 행로와 선택은 존중받아야겠죠.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이 ‘극단적인 선택'이라 불리게 된 것은 그것이 ‘극단적인'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볼 따뜻한 영화, 설 연휴에 모처럼 온 가족이 정겹게 관람할 영화를 찾으신다면 ‘소풍'은 그에 맞는 영화가 아닙니다. 저희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절대로 이 영화 보여드리지 않았을 거에요.
오늘은 세 작품 우선 말씀드려요. 그럼 내일은 ‘설 연휴 영화 (거의) 완전정복’<2편>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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