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었다지만…‘일방주의 소통’ 비판 더 커져
대통령실 “앵커 질문에 즉답”
‘차분한 형식이 적절’ 강조도
녹화로 하고 싶은 말만 전달
‘기자회견 리스크’ 회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의 KBS와의 대담은 형식 면에서도 제한적 소통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년 연속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언론사와 개별 접촉하는 방식을 택했고, 대담은 생중계가 아닌 사전 녹화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차분하게 신년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이유로 대담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지만 소통의 폭과 형식을 제한한 일방주의적 소통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일 방송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로 직접 마중을 나와 박장범 KBS 앵커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대담과 별도로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장 등 대통령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와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유품인 책장 등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찰스 국왕에게 선물받은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 모음집 등 2층 로비에 공개된 각국 정상에게 받은 선물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사전 녹화된 100분 분량의 대담에 대해 ‘사전 각본’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측에 사전 질문서를 요구한 적이 없고 윤 대통령이 앵커의 질문에 즉답했다는 것이다. 대본을 화면으로 송출해주는 프롬프터도 쓰지 않았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설연휴를 앞두고 차분하게 올 한 해 국정운영에 대해 방송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KBS와의 대담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국민과의 소통 방식을 들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슐츠 독일 총리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방송 대담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윤 대통령의 신년 회견 여부는 언론 직접 소통 재개의 가늠자로 여겨지며 주목받아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을 열며 언론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하지만 MBC 기자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질문한 뒤 대통령실 참모와 기자 간 언쟁이 벌어졌고 이를 이유로 출근길 문답은 중단됐다. 2023년 1월에는 전임 대통령이 통상 진행하는 신년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만 했다.
이번에도 특정 언론사와만 대담을 하면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회피에 대한 비판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신년 회견은 대통령이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로 대통령실 출입기자, 외신 기자들과의 즉문즉답을 통해 다양한 언론사의 시각에서 국내외 현안이 다뤄져왔다. 이 같은 장면이 TV 생중계로 방송되는 터라 대통령으로서는 불편한 이슈에 질문이 몰릴 가능성, 공격적인 질문이 나올 가능성, 실언할 가능성 등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통상 임기 내 3~4차례씩 신년 회견을 진행해왔다. 반면 대통령실이 KBS 대담을 선택한 것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마주해야 하는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대담을 통해 대통령의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도 잘 보여줬다고 했지만, 제한된 형태의 특정언론 대담을 통해 쌍방소통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만 전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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