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의대 증원’ 지역전형 확대… ‘꼼수 지방 전학’ 판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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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SKY(서울·고려·연세대) 위 대학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숫자다.
의대 증원이 발표된 이튿날인 7일 한 대형학원의 '의대 재수, 반수 전략' 온오프라인 설명회에는 41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전략을 세우려는 수요라는 것이 학원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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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 국립대와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신입생의 60%까지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기존의 두 배인 2018명으로 증가한다. 현재 입학 정원이 49명인 강원대 의대를 예로 들면, 두 배가량 늘어날 정원의 상당 부분을 강원 지역 고등학생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춘천에 사는 고등학생이 강원대 의대에 합격할 확률이 올라간다. 지금도 지역 의대 수시 전형의 경쟁률은 수도권 의대의 3분의 1 수준인데, 이 경쟁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역인재전형은 고등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3년 뒤인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부터 지역에서 다녀야 한다. 이미 지역 공공기관의 ‘기러기 부부’들이 서울 살림을 접고 재결합했다거나 자녀의 지방 전학을 위해 KTX를 타고 아버지가 서울로 ‘역출근’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남 학원가에는 아이만 지역 중고교로 진학시키는 ‘지방 유학’ 문의도 늘고 있다. 세종 천안 아산같이 수도권과 가깝고 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인기라고 한다.
▷지자체들은 의대 증원 효과로 인구 유입이 늘고 대학 상권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이 지역에 남아 의사로 일해준다면 ‘지역 의료 대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체리 피커’처럼 각종 보조금을 챙기고, 의대 입시 혜택만 누리는 ‘꼼수 전학’이다. 이를 우려한 지역 대학에선 “중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부터 지역에서 졸업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정주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하면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되면서 의사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가장 안전한 직업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를 홀로 지방 유학을 보내거나 온 가족이 이사를 감수할 만큼 의대 진학이 자녀 교육의 전부가 된 현실은 씁쓸할 따름이다.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려는 본래 취지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를 키워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똑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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