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김건희 명품백 수수’ “선거 앞둔 시점에 터트린 것 자체가 정치공작”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문제를 두고 “정치공작”이라고 밝혔다. 가방 수수 경위를 두고는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KBS를 통해 100분간 녹화 중계된 <KBS 특별 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몰래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촬영 후) 1년이 지나서 이걸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 취임 5개월째인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를 따로 만나 명품 가방을 받는 영상이 지난해 11월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해 왔다.
윤 대통령은 최 목사가 앞서 세상을 떠난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워 찾아왔다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을 분명하게 (해서)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창고에 ‘반환 물품’으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방에 대한 후속 조치, 야당이 요구하는 명확한 진상규명 등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김 여사 리스크 확산에 따라 공적 관리 방안으로 거론돼 온 제2부속실 부활을 두고는 “예방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도 “비서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30% 안팎으로 낮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과 관련해선 “지지율 추이를 보면 만족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고금리로) 경기가 많이 위축돼 있고 전 세계 정상들 지지율도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제게 실망을 좀 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충돌 사태를 빚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를 두고는 “저도 선거 지휘나 공천, 이런 데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뒤에 끝나고 보자고 했다”면서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을 앞세워 판단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여부를 두고는 여야 지도부끼리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상대한다는 것은 집권 여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며 “같이 하든지, 먼저 대화를 나누고 대통령의 결심사항이 필요한 거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같이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어떤 형식이든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선 “선거 때부터 보여주기식 외교나 정치 일정은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서 선행조건으로 인도적 협력 관계 형성, 실무자간 교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걸 거부하지 않는다면 양측 실무자간 소통과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전 녹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에는 조선일보와, 올해는 KBS와 대담하면서 2년 연속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책임 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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