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디올백에 “정치 공작…제2부속실 있어도 예방 도움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녹화 뒤 7일 공개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일이 있은 지)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라는 표현을 3번 썼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 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 더 박절하게까지 누구를 대해선 안 되겠지만,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그어가며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할 것 같다”고도 했다.
● 尹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
윤 대통령은 이날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과정에 대해 “일단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 시스템에 대한 보좌와 통제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전인 2022년 9월 일어난 일임을 부각한 것. 그는 “제 아내 사무실이 서초동 아파트 지하 관저에 있다 보니, 검색대를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막혀 주민들에게 굉장히 불편을 줬기 때문”이라며 “(목사가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자꾸 오겠다고 해서 제가 보기에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에 대해선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인사를) 받는 거고,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걸 갖고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 걱정 안 하도록 사람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 대해 “비위나 문제를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고 하니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덧붙였다.
● “한동훈에 총선 끝난 뒤 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논란 해법에 대한 시각차를 나타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본인도 그렇게 하고, 정무수석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과) 최근 통화한 적이 없다. 직접 전화하는 건 우리 한 위원장의 입장이 있어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나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광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혜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특별법 등 취임 후 법안 수 기준으로 9번째 거부권을 행사한데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충분한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를 직접 상대하는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집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라며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 사항이 필요한 거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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