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절반이 신입생 한자리…입학식 못여는 곳도 급증
[KBS 대전] [앵커]
다닥다닥 서서, 앞으로 나란히.
반별로 입학생을 구분하려고 색이 다른 명찰도 달아줍니다.
30여 년 전, 한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입니다.
이젠 이들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는데,
한 세대 만에 입학식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이 채 10명이 안 되는 곳이 충남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서 입학식을 못 여는 학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KBS 대전총국에서는 지역의 위기 상황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연중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현장 위축 문제를 박병준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전교생이 25명인 한 초등학교입니다.
곧 9명이 졸업하는데 다음달, 입학식은 열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학생을 '모시려고' 골프와 승마, 플루트까지 다양한 예체능 무료 강습까지 도입했지만 신입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체육활동은 두 개 학년이 모여야 겨우 돌아가고, 그나마도 체육강사가 함께 뛰지 않으면 짝을 맞출 수 없는 수준입니다.
[서종윤/스포츠 강사 : "체육하기에는 조금 힘든 면이 있어서 합반을 해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같이 뛰시던데요?) 인원이 모자라서요. 5명밖에 안 돼서 한 팀에 3명씩 해야 되니까 제가 한 명 맞춰주느라고…."]
정문 옆에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는 백 년 넘는 역사의 초등학교, 한 땐 재학생 천 명이 넘어 분교까지 있던 곳인데, 지난해엔 신입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신입이 없으면 이곳이 분교로 개편된다는 위기감에 교사들이 취학 예정자 부모들을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에서 행사했던 거 이런 거 갖고 가서 이런 행사 많이 한다. 활동 많이 하니까 이쪽으로 입학해 달라 이제 이렇게 하는 거죠."]
이런 노력에도 입학생은 채 열 명이 되지 않습니다.
졸업생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씁쓸합니다.
[이기정/□□초등학교 졸업생 : "(옛날에 천 명씩 다닐 때에는 이 앞에도 시끌벅적했겠어요?) 그럼요. 여기 구멍가게도 몇 개나 있었고, 사람도 많이 살았고 여기 시장도 서고 그랬어요. 학교 시설은 너무 좋아졌는데요. 학생이 없어서 그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신입생이 채 10명도 안 될 것으로 예측된 곳은 충남 전체 초등학교의 51%.
이 중 17곳은 한 명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년 새 2.5배나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롭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5년 뒤 충남의 초등 신입생은 만 여명으로 올해보다도 36%나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작은 학교 살리기에 집중했던 교육청도 소규모 서너 곳을 통합하는 '적정규모 학교 만들기'로 기조를 바꿨습니다.
[명노병/충남교육청 기획국장 :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 등이 지역별 추진협의체를 구성해서 제안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학교의 적정 규모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안을 정책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전과 세종에서도 입학생 열명이 안되는 학교가 20곳으로 집계 되는 등 소규모 학교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학구 조정이나 통폐합에 따른 갈등마저 예상되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박병준입니다.
촬영기자:강욱현
박병준 기자 (lo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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