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美하원…공화당 분열에 장관탄핵·안보법안 줄줄이 부결(종합2보)
공화당 이탈표에 지도부 리더십 '흔들…친트럼프 하원의장도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파의 득세와 공화당의 내홍으로 미국 하원이 혼란을 노출했다.
공화당이 6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장관을 범죄자로 몰아 탄핵하려다 당내 이탈표가 나오며 실패했다.
공화당은 이어 이스라엘 원조 단독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당내 혼란과 분열상 노출하며 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 지원 등 여러 현안에서 미 의회를 불능상태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탄핵을 추진한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와 의결정족수(과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애초 공화당은 마요르카스 장관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관리에 실패했다며 지난달 28일 그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민과 관련한 법 준수를 고의적, 체계적으로 거부하고 공공 신뢰를 위반하는 중대범죄 및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탄핵의 이유였다.
탄핵안은 지난달 31일 하원 국토안보부에서는 찬성 18표, 반대 15표로 가결됐다. 하원 본회의에서도 공화당이 219명으로 다수당인 까닭에 가결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켄 벅 등 공화당 의원 4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마요르카스 장관을 탄핵할 만한 범죄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로 암 치료 중인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은 불참했다.
민주당에선 212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결국 찬성 214, 반대 216표 부결됐다.
탄핵안 부결 직후 이스라엘 추가 원조 예산안이 상정됐지만 역시 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지원 614억달러, 이스라엘 지원 143억 달러 등 1천50억 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패키지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이스라엘 군사적 지원 및 역내 미군 지원 등 모두 176억달러(약 23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를 추진했다.
존슨 의장은 이를 위한 논의 단계를 건너뛰기 위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신속 처리 절차를 선택했지만 찬성 250표, 반대 180표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 가운데 204명이 찬성했지만 14명은 반대했다. 176억달러 예산 마련을 위한 지출 삭감안이 부족하다 게 반대 이유였다. 민주당에선 46명이 찬성, 166명이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로이스 프랭클 의원은 의회의 분열이 이스라엘의 적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우리 군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 실패를 쟁점화하고, 우크라이나를 빼고 이스라엘만 지원하려는 공화당의 계획은 자신들이 다수당인 하원 문턱도 넘지 못하면서 마크 존슨 하원의장 등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타격을 받게 됐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을 '의회가 혼란에 빠진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공화당은 자신들이 설정한 의제에서 일련의 굴욕을 겪었고, 의회를 정치적 불화 속에서 주요 이슈들을 불확실한 상태로 두는 기능장애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또 각종 이슈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반대하는 데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뜻을 실현할 정도로 충분한 숫자나 단결을 부족한 공화당이 의회 혼란을 선동하는 생생한 초상화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능장애'는 7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상원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국경 통제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천18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 패키지에 합의, 7일 투표에 들어간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의에 반대하고 일부 강경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뜻을 표명,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 경우 주요 현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당파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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