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벼랑 끝 소나무 "이러다 다 죽어"…재선충병에 속수무책

송우영 기자 2024. 2. 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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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는 단계 넘어섰다" 분석도
[앵커]

전국 곳곳에서 재선충에 말라 죽는 소나무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산림 전체가 고사 직전이라고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이 없다며 머뭇거리는 동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나무 잎이 붉게 변했습니다.

줄기부터 가지까지 메말랐습니다.

재선충병 때문에 소나무가 죽어가는 겁니다.

치사율 100%, 한 번 걸리면 베어 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이렇게 붉게 변하면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됐다는 의미입니다.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서 이렇게 나무에 표시를 해뒀다가 나중에 베서 확산을 막게 됩니다.

하지만 현장에 와보면 표시가 안 된 나무가 더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어내는 것 보다 확산 속도가 더 빠른 겁니다.

재선충은 이미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병에 걸린 소나무는 2022년 38만 그루였지만 지난해 107만 그루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포항과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일대가 심각합니다.

경주의 바닷가 소나무는 재선충이 휩쓸면서 완전히 말라 죽었습니다.

농약을 통한 방제 작업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2022년 1월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내고 약품 처리를 한 흔적입니다.

2년 정도가 지났는데요.

현장에 와서 보니까 보이는 소나무 대다수가 하얗게 고사했을 정도로 소나무 재선충병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길이 1mm 내외인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등 곤충의 몸을 타고 이동해 소나무를 감염시킵니다.

때문에 곤충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이 방제 작업의 최적기입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부족한 예산에 방제범위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주시청 관계자 : 지금 피해가 생각보다 많이 심합니다. 저희 경주 포함해서 좀 심한 지역들은 지금 있는 예산의 1.5(배)에서 2배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죽어 있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게 더 빠를 정도로…감염목과 고사목 포함해서 (숲 전체의) 80% 정도이기 때문에 여기선 방제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고.]

이대로면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1/3을 차지하는 소나무가 다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막을 수 없으면 꼭 필요한 곳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 문화재가 있다든지 아주 우량림이 있어서 차후에 이용적 가치, 경제성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변에 방제가 (중요합니다.)]

예산 부족과 지자체들의 무관심 속에 소나무 재선충병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 산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나무가 계속 죽어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될 겁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영상디자인 김현주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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