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첫 300승 사령탑 “비결? 밤10시까지 실전 같은 훈련”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선수들은 3일 BNK와의 정규 시즌 경기에서 모두 감독 위성우(53)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위성우 감독이 지난달 25일 삼성생명을 상대로 WKBL(여자농구연맹) 사상 처음으로 300승 금자탑을 쌓아 올린 것을 자축한 이벤트였다. 선수들의 부상 속에 7명만 뛴 우리은행은 BNK를 상대로 한때 16점 차로 뒤졌으나 ‘7명의 위성우’가 56대47 역전승을 일궈냈다. 최근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 최고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스럽다”며 “그냥 경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여자 농구 사상 첫 300승을 올린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느낌이 별로 없다. 올해 팀 성적 때문에 그런가?(우리은행은 6일 현재 1위 KB에 3게임 뒤진 2위에 머물러 있다). 감독 처음 했을 때 100승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0승과 300승은 생각 안 하고 살았다. 매 시즌 우승하고 싶은데, 전력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우승한 다음 시즌엔 꼭 부상자가 나오거나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기곤 한다.”
-300승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역시 데뷔전이다. 경기 전날 너무 가슴이 떨려 한숨도 못 잤다. 교체 한 번 없이 주전 5명을 40분 내내 뛰게 했다.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300승은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해서 부담이 좀 있긴 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7차례다. 왕조 비결이 있는가.
“선수들이 좋아야 하고, 구단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훈련, 그냥 훈련이 아니라 진짜 경기처럼 전력을 다하는 훈련이다. 난 훈련 때 대충 하는 게 너무 싫다. 한번 훈련을 시작하면 마음에 들 때까지 했다. 처음엔 오후 3시 반에 시작한 훈련이 밤 10시가 되어서 끝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정말 필요한 것,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 내가 굳이 안 나서도 코치들과 고참들이 알아서 해준다. ‘실전처럼 하는 훈련’, 이게 우리은행 여자 농구의 레거시가 된 것 같다.”
-‘위성우표 훈련’을 잘 견뎌낸 선수를 꼽으라면.
“임영희 코치와 박혜진이다. 임 코치는 내가 부임했을 때 신혼이었는데도 내 훈련에 단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견뎠다. 2~3년 같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년 동안 함께했다. 마흔 살에 은퇴하는 모습 보니 울컥했다. 박혜진은 자신의 재능보다 훈련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휴가 때도 체육관 나와 훈련한다. 내가 봐도 심할 정도다. 지금까지 훈련 문제로 박혜진에게 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훈련 때문에 우리은행 선수들이 처음 우승 때 자신들을 고생시킨 감독을 발로 짓밟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점점 부드러워지던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선수들이 봐주는 것 같다. 요즘 선수들은 짓밟고 그러는 세리머니가 밖에서 보기에 좀 흉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현역 시절엔 이름을 날리지 못했는데.
“난 재능보다는 그냥 열심히 했던 선수였던 것 같다. 코트에 나서면 열심히 하는 모습 보고 기회를 많이 주셨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뛸 때는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동시에 뛰던 때였는데, 난 식스맨이었다. 수비수로 많이 들어갔고, 기회 때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슛 연습도 많이 했다.”
- 식스맨 경험이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됐나.
“당연히 많이 됐다. 식스맨인 내가 언제 뛸지 알고 준비해야 하니 벤치에서 감독들 경기 운영 방법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지금까지 많은 은사님을 만났는데, 다 각자의 장점을 갖고 계셨다. 내 선수 생활 마지막 은사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나와 성향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감독 할 때 한 번 만난 적 있는데, 내게 ‘애들 일부러 혼내는 거냐’고 물으셨다. 그게 일부러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렇지?’ 하면서 본인도 수긍하셨다. 2~3년 전부터는 유튜브 같은 영상을 통해 NBA나 미 대학 농구를 보면서 우리 팀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전술 공부를 많이 한다. 새로운 거 나오면 훈련장 칠판에 적어 놓고 훈련한다. 선수들도 새 전술을 접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
-남자 프로농구에서 입단 제의는 없었나?
“5~6년 전 한 번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여자 농구는 쭉 있으면서 다른 팀 선수 각각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는데, 남자 농구는 10팀이나 되고, 선수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갑자기 감독 맡아서 잘할 수 있겠는가.”
-300승 올렸으니 400승도 욕심낼 만하겠다.
“승수가 채우고 싶다고 채워지는가. 그냥 스포츠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상 이겨야 하고, 이기고 싶은 게 승부사의 마음이다. 그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이 잘해서 팀 성적이 나고 결국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여자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15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숱하게 지던 일본이 이제 저 위에 올라가 있다. 역시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초·중·고 팀이 3000개가 넘고, 학교에서 1인 1기(技)로 체육을 가르친다. 일본이 엘리트 대신 생활 체육 비중을 높였다가 다시 엘리트에 힘을 쏟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우리가 일본이 간 길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 올해도 우승을 노려볼 만한가.
“쉽지는 않다. KB 전력이 워낙 좋은 데다 우리는 부상 선수가 많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어쨌든 작년 챔피언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플레이오프에 일단 가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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