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소유 구조로 지켜온 ‘신뢰 보도’…벌써부터 ‘외풍’ 우려
시장 추천위 등 공정방송 위한 제도 이행 여부도 미지수
방송통신위원회가 그간 ‘공익적 성격’을 띤 소유주에게만 문을 열어왔던 보도전문채널을 기업에도 열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YTN 보도에 ‘외풍’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6차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YTN 대주주 변경은 보도전문채널이 ‘민영화’되는 첫 사례다. 그간 보도전문채널은 공기업이나 신문사 등 언론사가 소유했다.
YTN은 1993년 연합텔레비전 뉴스로 출범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한전정보네트웍(현 한전KDN)이 대주주가 됐다. 보도전문채널의 공적 기능을 유지한다는 명분이었다. YTN은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언론사 중 영향력·신뢰도 모두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에서는 연령대별로 고른 응답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YTN의 ‘공적 소유 구조’가 정치적·경제적 외풍을 막아온 결과로 본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공기업이 대주주였을 때는 YTN에 투자한 자본이 큰 이익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YTN이 사회적 신뢰를 얻고 공적 가치를 증대하는 데 기여한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며 “(민간자본이 소유한다면) 언론의 본질보다는 기업의 존립이 더 우선시될 것이고, 외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노사가 협의해 만든 제도를 대주주가 얼마나 이행할지도 미지수다. YTN에는 공정방송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가 크게 3가지 있다. 사측 3명, 노동자 측 3명, 시청자위원회 1명으로 구성되는 ‘사장 추천위원회’가 있고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에 합의했다. 공정방송이 핵심 노동조건임을 명시한 ‘공정방송협약’도 있다.
최근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은 ‘경영권 침해’를 명분으로 단협을 이행하지 않고 ‘국장 임명 동의제’를 무효화했다. ‘국장 임명 동의제’는 KBS의 대표적 ‘공정방송제도’였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에 승인 의견을 내면서 “신청인 출자자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고,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요건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기형적 구조 속에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방통위의 설립 취지가 훼손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SBS의 경우 방통위는 간접 지배에서 직접 지배로 대주주 변경 신청도 사실상 같은 주주임에도 1년3개월 이상 거쳤다”며 “그때와 비교해보면 모든 게 졸속이고 불법”이라고 말했다.
YTN 지부는 유진그룹의 ‘사회적 신용’에 큰 문제가 있어 “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한다’는 YTN 공정방송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YTN 지부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고객의 투자 손실을 증권사 고유 자산을 통해 보전하는 등 ‘중대 위법 사실’을 확인한 기업 명단에 유진투자증권도 포함돼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유진기업 노조가 노조 설립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낸 뒤 회사 홍보팀이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한 것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2015년 경기방송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때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방송사 인수를 시도했던 경기필이 인수 불허된 사례에 비추어 유진이엔티를 통한 인수도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후 유진투자증권이 의견 소명을 했고 그 후 진행된 것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어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자료 요청도 하고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SPC가 방송사 대주주에 법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운영 계획의 적절성을 보는 게 맞다는 심사위원회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경기필은 SPC라서가 아니라 신청인이 방송법 위반 경력이 있는 등을 고려해서 불허됐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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