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돈줄’ 사모펀드 발목…HMM, 다시 ‘망망대해’ 표류
“JKL 지분 매각 기한 예외를”
하림 요구에 산은 측 “불허”
홍해사태·해운업황 불확실 탓
단기간 재매각 추진 어려울 듯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을 하림에 매각하는 작업이 무산되면서 향후 새 주인 찾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림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부터 특혜 시비가 불거지며 이번 매각전은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매각 당사자 측도 이번 매각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7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매각 당사자와 하림그룹이 전날 자정까지 막바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특혜 시비’ 등으로 끝내 양측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산업은행 등 매각 당사자 측은 지난해 7월 매각 공고를 발표한 뒤 12월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본계약 체결을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최종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이 마감 시한이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6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그동안 HMM 매각을 둘러싼 양측 협상은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HMM의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와 주주 간 계약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앞서 하림은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어치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해 특혜 시비를 불렀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매각 측 지분은 32.8%로 늘어나고 하림 지분은 38.9%로 낮아진다. 이에 하림이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HMM에서 추가 배당금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특혜 논란이 일자, 매각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난항을 이어가던 협상은 하림 측이 그간 요구한 바를 상당 부분 철회하면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발목을 잡았다. 하림은 2015년 JKL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1위 벌크 해운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하림은 투자금 회수가 필수적인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해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는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매각 측은 이를 불허했다.
주주 간 계약에는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 이사 지명 권한 등이 포함돼 있다. 하림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5년 뒤 이 조항들은 해제되고, 하림이 상당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해진공은 HMM에 쌓인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협상 과정에서 컨소시엄 해체 후 단독인수까지 제안했지만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쟁했던 동원산업 같은 후보가 문제 삼을 가능성과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일각에서는 매각 무산 관측도 나왔다. 하림은 HMM 인수자금 6조4000억원과 관련해 최대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인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는 우려도 나왔다.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넘어간 HMM은 또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홍해사태, 해운동맹 재편 등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가 HMM 매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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