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은혜갚기 공천 안 해…총선 목표 달성 못하면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총선 날인) 4월10일까지 완전히 소진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생각”이라며 “이기면 (당을) 안 떠난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관해서는 “국민께서 걱정할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1시간48분 동안 4·10 총선 전략,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김건희 리스크’ 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공천 원칙에 대해 “깨끗한 공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제시하고 “자기가 신세 지거나 아는 사람에게 은혜 갚는 식으로 끼워 넣는다거나, 이후 내부 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구도를 짜는 것, 이런 식의 사(私)가 들어갔을 때 선거가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 실세들이 공천에서 상당수 탈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 핵심이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가서 말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총선에) 안 나가고, 아는 사람도 없다”며 자신이 이런 공천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면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기면 안 떠난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월10일 이후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이기든 지든”이라며 “그때 인생은 그때 생각해보겠다.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승패의 기준이나 목표 의석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불거진 갈등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소통은 충분히 진행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저와 그분이 신뢰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주고 서로 생각이 다를 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각자) 헌법과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는 당무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 “일도양단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고 그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 일을 더 잘할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저열한 몰카 공작이 맞다. 그렇지만 경호 문제라든가 여러가지 전후 과정에서 국민께서 걱정할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강공을 이어갔다. 그는 이 대표의 ‘검사독재 청산론’에 “검사독재가 있었다면 이재명 대표는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며 “검사독재라는 말을 검사를 사칭한 사람이 말하는 게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시사 프로그램 피디(PD)가 검사를 사칭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사건을 가리킨 것이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부작용을 낳은 민주당의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비판하면서도, ‘국민의미래’란 위성정당을 만드는 게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축구(병립형 비례제) 하는 줄 알고 준비했는데 선수 1명이 야구(준연동형 비례제)로 바꿨다”며 “그렇다면 우리도 ‘플랜 비(B)’(위성정당)를 마련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인하’ 등 정치개혁 시리즈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며 “낙타를 쓰러트린 마지막 봇짐을 얹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짚을 가득 실은 낙타 등에 지푸라기 하나를 더 얹어 낙타가 쓰러졌다는 아랍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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