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감동 넘치는 무대 앞으로
국립국악원 ‘청룡이 나르샤’ 선봬
다양한 민속놀이 공간 무료 운영
신구·박정자 등 원로 배우 한무대
‘고도를 기다리며’ 기대 한 몸에
세계적 작품 ‘스쿨 오브 락’도 눈길
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물론 모처럼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은 공연장 나들이도 고려해볼 만하다. 각 지역 공연장을 잘 살펴보면 연휴 기간 다채로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서울만 해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을 맞이하고 특별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연극과 뮤지컬 공연은 취향에 맞게 골라볼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하다. 연극 중에선 원로 배우 신구(88), 박근형(84), 박정자(82)가 한 무대에 오르는 ‘고도를 기다리며’(오는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가 우선 눈에 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희비극이다. 신구와 박근형이 각각 고고와 디디를 맡고, 박정자는 두 방랑자와 대화를 나누는 지주 ‘포조’(김학철)의 짐꾼 ‘럭키’ 역으로 출연한다. 신구와 박근형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노련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인가’를 자문하게 한다.
2019년 국내 초연 후 인기를 끌며 네 번째 시즌으로 찾아온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3월10일까지 국립정동극장)는 1인극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청년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기까지 24시간을 다룬다. 한 배우가 등장인물 16명을 소화하는데, 김신록·김지현·손상규·윤나무가 번갈아가며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뮤지컬 중에선 창작 초연인 ‘일 테노레’가 단연 화제작이다. 의사이자 한국의 첫 성악가로 국내 오페라 개척자인 테너 이인선(1907∼1960)에게서 영감을 받아 창작됐다.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에 조선 청년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항일 정신을 녹인 ‘조선 최초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려는 대학생 항일운동단체 ‘문학회’의 주역 ‘윤이선’(홍광호·박은태·서경수)과 ‘서진연‘(홍지희·김지현·박지연), ‘이수한’(전재홍·신성민)의 꿈과 사랑, 독립운동을 위한 고뇌가 그려진다. 제목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한다.
탄탄한 줄거리와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 주제곡 ‘꿈의 무게’와 ‘그리하여, 사랑이여’ 등 심금을 울리는 노래, 연출과 무대, 연기 등 어느 것 하나 흠잡기 어려울 만큼 명품 창작 뮤지컬로 손색이 없다. 오페라와 독립운동을 이야기의 줄기로 엮었지만 곳곳에 웃음과 감동 코드를 심어 관객들이 편하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오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어린이와 어른 모두 좋아할 세계적 뮤지컬 ‘스쿨 오브 락’(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설 연휴 기간 모든 예매 관객에게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3~4인 예매 시 최대 30%, 초·중·고등학생은 30% 할인받을 수 있다. 이밖에 뮤지컬 ‘렌트’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등 찾아보면 설맞이 할인 혜택을 주는 공연이 적지 않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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