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적인 조각가'라며 수백 개 구입‥천사상의 두 얼굴?

한태연 2024. 2. 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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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 보고 계신 작품은 천사의 모습을 나타낸 이른바 '천사상'이라고 하는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 또 경북 청도군까지, 이런 천사상이 3백 개 넘게 놓여졌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수백 개씩,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여서 가져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이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작가의 대표적인 이력들이 모두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무슨 일인지, 한태연 기자의 단독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경북 청도군 한 공원.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있는 조각상 8점이 세워져 있습니다.

또 다른 공원에는 말을 타고 있는 화랑들과 한복을 입고 있는 여성 등 하얀색 동상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만든 사람은 강원도의 종교미술박물관을 운영하는 최 모 씨.

청도군 여성회관 앞입니다.

이 건물 앞에는 '비전21'이라는 조형물이 있는데요.

이 조형물 역시 강원도의 한 작가로부터 기증받았습니다.

청도군은 이 작가로부터 천사상 등 9점을 기증받고, 20점은 2억 9천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김하수/청도군수] "작가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자기가 청도가 어머니 고향이라는 걸 알고 남은 인생에 대해 청도에 모든 삶을 투자하겠다."

그런데 작품의 가격과 적절성을 판단하는 심의 위원회가 이미 작품구입이 결정된 뒤 열렸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김하수/청도군수] "(작가의) 박물관에 방문을 했을 때 작품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더 믿게 됐던…"

이 작가의 작품은 전남 신안군에도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 선착장부터 천사상이 늘어서 있습니다.

신안군은 이 작가로부터 19억 원을 주고 3백 개가 넘는 천사상을 세웠습니다.

[박상규/신안군 문화관광과장(2020년)] "문화예술 산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고, 그리고 특히나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의…"

작가로부터 편지를 받은 신안군 측은 언론에 나온 최 씨의 이력을 보고 세계적인 작가라며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당시 신안군이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이력입니다.

1988년부터 92년까지 프랑스 명문인 파리 7대학 교수와 이후에는 명예교수를 역임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시기 국내 한 방송뉴스에 최 씨의 얼굴이 등장합니다.

[류근찬/앵커 (KBS 뉴스9, 1995년 6월 5일)] "전과 6범의 40대 혼혈 재소자가 고입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을 받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아마 여러분들 놀라실 겁니다."

복역 중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자로 소개된 건데, 사기 등 전과 6범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92년까지 프랑스에서 교수로 있었다고 했지만 정작 92년엔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있었던 겁니다.

[최OO(KBS 뉴스9, 1995년 6월 5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항상 깨어있는 걸 습관화 했습니다."

일본 나가사키 피폭위령탑을 만들었다는 경력도 한국 민단 측에 확인한 결과 허위였습니다.

또 2008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한 경력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음성변조)] "아무리 검색하고 또 제가 그냥 수기로 찾아보고 해도 (그 작가 이름은) 없네요. 혹시 몰라서 앞뒤 연도에도 찾아봤어요. 참여한 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세계적이라는 명성과 관련경력은 어디서 확인한 건지 다시 지자체에 물었습니다.

[청도군 관계자(음성변조)] "(이전) 담당자가 예전에 (이력에 대해) 물어보니까 인터넷에 보고 이력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작가로부터 자료를) 받은 것은 없습니다."

[신안군 관계자(음성변조)] "당시 작가의 프로필이 저희는 사실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으로 검증하였다고 생각하는데…"

신안군은 최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청도군도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최 씨에 수차례 작가 이력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한보욱(대구), 윤종희(대구), 정상철(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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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9588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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