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닷길서 밥그릇 다 뺏길판…‘주인찾기’ 미궁 속에 빠진 HMM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
다시 산은 관리체제로 돌아가
글로벌 선사들 확장 경쟁 속
당분간 대형투자 어려워져
국가물류 경쟁력 후퇴 우려
7일 정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당분간 지분 57.9%를 보유한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일 전망이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JKL 컨소시엄과 매각 측인 산은·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주주간 계약 협상이 전날 최종 결렬되면서다. 2016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8년여 만에 시도된 HMM 민영화 작업이 수포로 돌아갔다.
해운업계에서는 자금난으로 인수여력과 경영능력을 의심받았던 하림의 퇴장에 안도하면서도 재매각을 통해 글로벌 8위 선사인 HMM의 경영정상화를 빠르게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인 없는 회사’인 처지가 길어질 경우 장기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 때문이다.
해운업은 업황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선대 확장으로 경쟁력을 키워 후일을 도모해야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력 강화를 이루려면 튼튼한 민간 기업이 경영을 맡아야할 필요성이 크다. 산은과 해진공을 비롯한 매각 측이 2조원 대 인수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려했던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협상 대상자가 되지 말아야할 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시간만 소비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세계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3위 CMA-CGM 등 글로벌 선사들이 팬데믹 호황 당시 축적된 자본으로 선대 확장 뿐 아니라 물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상에서 육상·항공으로도 확장하면서 미래준비에 적극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15조 원을 해운 다각화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며 “향후에도 산은과 해진공 관리 하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해운업황으로 재매각이 쉽지 않은 환경은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글로벌 컨테이너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지난 2일 2217.73으로 HMM 본입찰이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24일(993.21)에 비해 2.2배 상승한 상태다. 그러나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홍해 항로’ 통행이 지장을 받는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동량보다 실어나를 선박이 훨씬 더 많아진 건 변함이 없어 운임이 다시 낮은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동맹 재편도 변수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 세계 5위 해운사인 하파크로이드가 탈퇴하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얼라이언스가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 선복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현재 18.5%에서 11.5%로 크게 낮아진다.
매각 측은 재매각이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매각관련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 재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여건이 마련되면 재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산은·해진공 측 매각 관련 핵심 관계자도 “재매각에 대한 계획은 현재는 없다”며 재매각 추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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