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돌봄 끝나"…장애 다자녀 가구 지원 강화 절실
【 앵커멘트 】 며칠 전 뇌병변 장애가 있는 딸과 그 아버지가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가족은 장애 자녀가 여러 명인 '장애 다자녀 가구'여서 사정이 더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이런 가정을 돕기 위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여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54살 김미범 씨는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30년 넘게 보살피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지만, 식사나 세면 등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다보면 지칠 때도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미범 / 중증발달장애인 부모 - "주말에는 이제 매일 드라이브를 하는 거죠. 안 그러면 너무 짜증 내니까. 그러니까 저는 운전하는 게 너무 지겨워요."
두 아들을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지 심리적 압박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 인터뷰 : 김미범 / 중증발달장애인 두 자녀 부모 -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고, 돌봄의 강도는 세지고 죽을 때까지 계속돼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10세 딸과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남겨진 아들도 장애가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 스탠딩 : 한여혜 / 기자 -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59.8%가 설문조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평생 돌봐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충에도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서울시가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매달 15만 원을 지원하는 '이룸통장' 사업의 경우 한 가구에 단 한 명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부모의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자녀 돌봄에 시간을 내기도 빠듯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전지혜 /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활동 지원 제공 시간을 늘려주거나 부모의 돌봄 노동을 인정해서 부모에게 직접적인 양육 지원 수당 같은 형태로 주어지거나…."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지원주택의 경우 복수의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에 먼저 우선권을 주거나 돌봄 서비스를 늘리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한여혜입니다. [han.yeohye@mbn.co.kr]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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