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되죠, 자리 뺏기기 싫으니까"…4억의 힘, 원조 '차기 안방마님' 이 악물었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김)기연이가 자극이 되죠. 자리를 뺏기기 싫어서 올해는 유독 더 (양)의지 형한테도 많이 물어보고 계속 옆에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포수 장승현(30)은 올해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안방마님 양의지(37) 옆에 꼭 붙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그 최고의 포수가 눈앞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생님도 없다. 두 선수가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는 주제는 타격이다. 장승현은 지난해 타율 0.158(139타수 22안타)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면서 스위치히터까지 도전했는데 실패의 여파가 너무도 컸다.
올해 장승현이 더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하는 이유는 김기연(27)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부활한 2차드래프트에서 포수 보강을 목표로 움직였고, LG 트윈스에서 유망주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던 김기연을 지명했다. 두산 내부적으로는 김기연이 2루 송구 능력도 좋고, 큰 타구를 날리는 힘도 갖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두산은 1라운드에 과감히 김기연을 뽑으면서 원소속팀 LG에 양도금 4억원을 지급했다.
4억원을 투자해 기존 경쟁 구도를 흔든 이유는 분명했다. 두산은 양의지라는 리그 대표 포수를 키우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한 박세혁(34)까지 탄탄한 포수진을 갖추고 있었으나 그다음 세대를 키우지 못했다. 장승현은 늘 수비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방망이에서 꾸준하지 못해 2번 포수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김기연이라는 메기를 투입해 경쟁을 붙여 새로운 판을 깔게 된 이유다.
6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만난 장승현은 구단이 김기연을 새로운 경쟁자로 붙인 것과 관련해 "내가 워낙 못했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데, 내가 너무 못한 결과라 오히려 더 자극이 된다.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좋은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 내 자리를 뺏기기 싫어서 올해 유독 의지 형한테 많이 물어보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는 타격에서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한 해였다. 우타자인 장승현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좌타자 전향을 제안받았고, 스위치히터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아 다시 오른쪽 타석에서만 집중하려 하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장승현은 "지난해는 캠프에서 좌타자로 거의 70% 정도 훈련했고, 오른손은 30% 정도 했다. 중간에 다시 오른손으로만 치려고 하는데 안 되니까 멘탈이 많이 무너졌다. 나는 보여줘야 하는 선수니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나한테도 실망을 많이 했다"고 되돌아봤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다시 차근차근 시작했다. 장승현은 "마무리캠프 때 운동량을 늘리고 멘탈 회복에 집중했다. 마무리캠프 때까지는 고토 고지 코치님께서 타격을 봐주셨는데,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타격할 때 방망이 잡는 손 위치부터 아예 바꿨다"고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양의지가 적극적으로 장승현에게 타격 조언을 해주고 있다. 두 선수는 선발대로 2주 정도 일찍 호주에 도착해 먼저 몸을 만들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누기도 했다. 이번 캠프에서 장승현의 타격을 지켜본 코치진과 관계자들은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장승현은 "의지 형이랑 수비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다. 형이 수비는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방망이는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선발대로 와서 배팅 치면 옆에 와서 티볼도 올려주시고, 어떻게 쳐야 하는지 의지 형이 많이 알려주셨다. 내가 좀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의지 형하네 물어보고 대화하다 보니까 타구의 질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코치님들이 다 좋아졌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기분은 좋다. 의지 형에게도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타격이 잡힌 게 아니다. 그래서 계속 배팅 칠 때마다 여기저기 붙어서 조금씩 하나씩 계속 물어보고 있다. 의지 형은 피드백이 필요하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신다. 올해처럼 이렇게 의지 형한테 많이 물어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의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포인트를 짚어 줬을까. 장승현은 "내가 변화구에 스윙이 많은 편이었다. 포인트를 조금 더 앞에 둬야, 변화구도 휘기 전에 앞에서 먼저 때려야 각도가 더 줄지 않나. 앞에서 쳐야 하는데 공을 계속 뒤에서 맞히니까. 형이 공이 자꾸 지나가고 친다고 하더라. 의지 형이 맞히는 능력은 있는데 왜 계속 뒤에서 치냐고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치라고 해서 계속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실리더라"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농담을 섞어 장승현의 분발을 촉구했다. 장승현은 "의지 형이 '네가 수비로는 괜찮은데 그래도 방망이를 조금 쳐야 형이 편하게 일주일에 4경기 정도 포수로 나가고, 지명타자로 나가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왜냐하면 지난해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내가 한두 타석 치고 대타 쓰면 의지 형이 다시 포수를 봐야 해서 형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며 미안해하면서도 "그래서 올해는 유독 더 잘 알려주시는 것 같다" 고 덧붙이며 웃었다.
올해 목표는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다 책임지는 포수가 되는 것이다. 장승현은 "경기에 나갔을 때 두 타석 치고 대타 안 나오고, 내가 계속 나갈 수 있으면 만족할 것 같다. 감독님도 내게 믿음이 생겼다는 뜻 아닌가. 의지 형도 편히 지명타자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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