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지분매각 제한 이견 못 좁혀… HMM 매각 다시 원점
하림측 실질적 경영권 원했지만
산은선 경영개입 필요성 안 굽혀
JKL 지분 매각 예외 요구도 갈등
막판 협상 합의 못하고 ‘없던 일로’
해운동맹 재편 리스크 커진 상황
단기간 내에 재매각은 어려울 듯
해운업 업황 나빠져 악영향 우려
하림 “원래 팔 생각 없었다” 반발
8년 만의 HMM(구 현대상선) 새 주인 찾기가 무위로 돌아갔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 측과 HMM 경영권 인수를 두고 협상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해진공의 경영권 개입과 지분 매각 제한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하림 측은 해진공을 겨냥해 “원래 팔 생각이 없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협상은 지난달 23일이 마감시한이었으나 전날까지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하림 측이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철회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영권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됐다.
하림그룹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결렬의 책임을 채권단 측에 돌렸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매각하는 측에 (경영권 참여) 기간을 한정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주주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10% 지분을 갖고서 영구적으로 하려 한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 민영화다 보니 시늉만 하면서 방해하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해진공은 HMM이 공적 지원을 받아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고,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만큼 매각 후에도 경영 개입 필요성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하림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JKL파트너스만이라도 지분 매각 제한의 예외로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해진공 측은 HMM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 외에 유용돼서는 안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앞서 하림이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을 때도 시장에서 제기된 부족 우려를 해소하지 못해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에 리스크가 커지면서 HMM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행여나 산은이 급하게 매각하다가 글로벌 경쟁력마저 잃을 수 있는 아슬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HMM은 그간 글로벌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제2의 치킨게임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연말 기준 선복량을 78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확대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중으로 100만TEU를 달성하면서 세계 8위를 굳힐 계획이다.
한편 HMM 매각 결렬 소식에 관련주는 요동쳤다. 하림은 전날 대비 16.18% 급락한 3135원으로 마감했다. 반면 하림그룹의 계열사로 HMM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은 21.09% 상승한 4335원으로 장을 마쳤다. HMM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조∼3조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가 해소된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병훈·김범수·박미영·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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