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 비판에도… 검찰, ‘이재용 무죄’ 항소 검토

유경민 2024. 2. 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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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검찰의 관행적인 '기계적 항소'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이 막중한 경영상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맞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 이 사건만 항소를 하지 않는 건 평등권에 어긋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검찰이 법원이 내린 무죄 이유를 꼼꼼히 살펴서 무죄 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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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1심 무죄에 “따져볼 부분 있어”
항소 땐 2심 판결까지 최소 6개월
관련자 14명도 이미 무죄 판결
“사회적 손실 야기… 실익도 낮아
기계적 항소 재점검해야” 지적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검찰의 관행적인 ‘기계적 항소’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1심에서 검찰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측 일방 주장을 선택한 것 아닌가 싶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 5일 자본시장거래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주된 목적을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로 단정할 수 없고,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항소를 통해 2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관행상 이번에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47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즉각 항소했다.

사진=뉴스1
◆“3년 넘게 국가적 낭비 초래”…‘무리한 기소’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기계적 항소가 사회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1심 판결은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3년5개월 만에 나왔다. 검찰이 항소한다면 2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짧아도 6개월~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하라는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해 3년5개월 동안 국가적 낭비가 초래됐다”며 “항소심에서 판결이 바뀔 가능성이 낮아 실익이 없는 만큼 (항소를 하지 않는) 검찰총장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무죄 판결에 관행적으로 항소를 해온 이유는 수사·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란 해석이 많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1심의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면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며 “다만 이번 1심 법원은 ‘합병의 목적이 승계만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항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하기 나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영미법계에서는 1심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항소심에선 법률적인 판단만 하는 반면, 대륙법계인 우리나라는 1∙2심에서 모두 사실관계를 다투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검찰은 항소를 안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항소보다는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검찰에서 기소했다는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사옥의 모습. 뉴시스
◆“무죄 판결에 항소 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차제에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이 막중한 경영상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맞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 이 사건만 항소를 하지 않는 건 평등권에 어긋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검찰이 법원이 내린 무죄 이유를 꼼꼼히 살펴서 무죄 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계적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이원석 검찰총장도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이 총장은 2022년 9월6일 검찰총장 후보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을 받을 당시 “저희도 과오나 실수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기계적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즉각 항소” 주장

이번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며 검찰의 즉각 항소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판결 분석 좌담회를 열고 1심 재판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선고와 관련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승계작업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대법원과 모순된다”며 “이게 ‘유일한 목적’이나 ‘약탈적 합병’이 아니라는 판단은 본질을 회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즉각 항소를 통해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경민·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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