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네이버 넘었던 카카오의 '이유 있는 퇴행' [IT+]
네카오 역대 최대 매출 전망
수익성 측면에선 격차 커져
카카오 이익 네이버 30% 수준
이익률도 줄곧 한자릿수대 기록
미래 호재 많은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 사법리스크 점점 커져
점점 벌어지는 네카오 간극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가 2023년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9조6706억원이었다. 2022년 처음으로 8조원 돌파에 성공한 네이버는 이듬해 곧바로 '매출 9조원' 벽을 넘어섰다.
오는 15일 실적 발표를 앞둔 카카오도 사상 첫 연 매출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023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8조1625억원이다.
■ 매출 vs 영업이익 = 매출만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격차는 1조5000억원가량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선 얘기가 다르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1% 늘어난 1조488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카카오의 연간 이익 컨센서스는 4730억원이다. 전년 대비 18.4% 감소한 데다 네이버가 기록한 이익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수익성 격차는 영업이익률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네이버의 이익률은 2019년 26.5%로 정점을 찍고 둔화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두자릿수 이익률(2020년 22.9%→2021년 19.4%→2022년 15.9%→2023년 15.4%)은 지켜왔다. 반면 카카오의 이익률 지표는 팬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린 2020년(11.0%)을 빼면 줄곧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컨센서스 기준 이익률은 5.7%에 그쳤다.
■ 벌어진 격차 = 사실 팬데믹 때만 해도 두 회사의 간극은 이만큼 크지 않았다. 좋은 실적과 기업공개(IPO) 이슈에 올라탄 카카오는 2021년 6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카카오로선 사상 첫 추월이었다. 기세를 탄 카카오는 그해 3분기 분기 매출액에서도 처음으로 네이버를 추월했다.
당시 카카오의 분기 매출은 1조7408억원으로 네이버의 매출(1조7273억원)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축포는 오래가지 않았다. 골목상권 침해와 플랫폼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카카오의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역시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 실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커머스·콘텐츠 등 신사업 분야에서 선방하면서 카카오와의 격차를 다시 벌렸다.
두 회사의 실적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고도화 등 신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실적은 벌써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1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신시장을 개척 중인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정상경영'조차 쉽지 않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이 있었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여기에 검찰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등의 수사에 착수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악재는 더 있다. 상장을 준비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엔 빨간불이 켜졌고, 카카오페이가 추진해 온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의 인수도 무산됐다.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 협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법 리스크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카카오의 성장 둔화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시총은 네이버보다 9조원가량 적다"면서 "2021년 6월 네이버 시총을 넘어섰던 카카오로선 수많은 벽에 부닥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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