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3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 어깨 더 무거워진 양종희
KB손보 등 비은행 성장 돋보여
올해 경영 환경 불확실성 커져
양 회장, 글로벌시장 공략 주력
KB금융그룹이 지난해 4조6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KB금융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종희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의 순익을 거뒀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11.5% 성장했다. 지난 2021년부터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3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과 달리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당초 시장의 기대를 샀던 '5조 클럽' 가입은 무산됐다.
KB금융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비이자이익 중심의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비용 관리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은 26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1% 급감했다. KB금융은 실적 하락 배경에 대해 "그룹 희망 퇴직과 은행 민생금융지원 관련 참여은행 중 최대 금액 지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과 같은 일회성비용과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1조37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29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16조2291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17.8%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5.4% 늘어난 12조1417억원을 시현했다. 비이자이익은 2022년 2조2653억원에서 2023년 4조874억원으로 80.4%나 급증했다. 그룹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2.08%로 12bp 개선돼 이자이익 확대를 견인했다.
계열사별 실적을 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조2615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과 민생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심 기업여신 성장과 NIM 확대에 따른 견조한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성장도 돋보였다. KB증권은 지난해 389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107.5% 급증했다. 이는 WM금융상품 판매 증가로 인한 WM수익 증가, 대형 투자은행(IB) 딜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은 전년 5572억원에서 35.1% 늘어난 75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라이프는 전년 보다 88.7% 증가한 25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주요 계열사 중 KB국민카드만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KB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3511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로 인한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취임한 양종희 회장은 취임 후 만족스러운 첫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올해가 진짜 실력을 입증하는 해인 만큼 양 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이자이익에 기반한 기존의 성장 방식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올해도 금융권을 향한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과 부동산 PF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방어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양 회장은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의 호실적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과 디지털 강화를 통해 수익성 다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조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또 계열사들의 글로벌 진출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정상화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와 함께 그룹의 중장기 목표로 '넘버원 디지털금융그룹'을 제시하며 전통 금융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양 회장은 지난해 말 'KB테크포럼' 행사에서 "모든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대면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에 맞춰 상품 고객 경험(UI·UX) 등 모든 고객 경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앱 'KB스타뱅킹'과 비금융 플랫폼 간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나가고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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