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사표 불사 검토… 보건당국 “수리 금지” 지시 [의대 2000명 증원]

이정한 2024. 2. 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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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일부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찬성 투표를 완료하는 등 '총파업'을 예고한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등을 검토하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거쳐 의료법과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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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등 전공의 파업 투표 가결
정부, 총파업 땐 뾰족수 없어 고심
‘빅5병원’ 파업 대비해 전담팀 꾸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일부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찬성 투표를 완료하는 등 ‘총파업’을 예고한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할 방침이지만 의사들을 즉각 병원으로 복귀시킬 수단이 마땅치 않아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 소속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들이 집단행동 참여를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 몇몇 병원 전공의들은 투표를 종료하고 파업을 가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진 않고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결정을 따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붙은 의대정원 증원 규탄 포스터 모습. 뉴스1
박단 대전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2000명 증원을 내질렀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애초 임시대의원총회는 설 연휴 이후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필수 의협 회장 등의 사퇴를 비롯한 긴급한 상황 탓에 앞당겨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채운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목적 달성을 앞두고 싫증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협과 대전협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윤곽은 이번 설 연휴가 끝난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 대응에 앞서 일부 병원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 사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거쳐 의료법과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했다. 법무부는 2020년 전공의·전임의 집단 사직서 제출 결의 때와 마찬가지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더라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주로 대형병원에서 중환자실과 야간·휴일 응급진료, 수술 보조 등을 맡고 있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 혼란이 커진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수도권 ‘빅5’ 병원 전담팀을 만들고 일부 병원에는 경찰 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보건복지부 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즉각 운영, 긴급 회의를 통해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형병원 전공의·전임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거부하면 법적 절차를 밟아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지만 거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론이 의사들 집단행동에 차갑더라도 진료 거부로 인해 진료 일정이 차질을 빚고 환자들의 건강·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반복되면 정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개별 의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 분야 전문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등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했다는 것이 확인돼야 하는데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법적 다툼보다는 정치적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집단 진료 거부를 주도한 혐의로 의협 회장이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있지만 개별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처벌된 선례는 없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 다른 법도 적용할 수 있으나 개별 전공의·전임의들까지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정한·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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