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어” “인생 바꿀 기회”… 의대 입시설명회 들썩

김유나 2024. 2. 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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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달라질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 발표 후 학원가에는 의대 준비반·재수반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지원자가 1만명에서 1만6000명 정도로 늘 것으로 본다"며 "향후 3년간 의약학 계열로 활발히 연쇄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에 문의 전화를 하자 "의대 정원 확대로 기회가 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준비해야 안 늦는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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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소식에 “재도전” 전화 폭주
이공계열 인재 이탈 우려에 ‘초비상’
지역인재전형 노린 ‘지방유학’ 늘 듯
당국 “지역인재 60% 선발 강제아냐”
3월 추가 수요 조사… 4월 ‘정원 배분’

“인생이 달라질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대 졸업 후 취업 2년 차인 A씨는 7일 대입 재수 전문 학원에 문의 전화를 했다. 전날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대에 재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의 글을 올린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대학 다닐 때 과외를 계속해 자신 있다. 도전해 볼 만한 것 같다”며 “의사는 오래 일할 수 있어 지금 대학에 가도 늦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입시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고교생을 중심으로 의대 준비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미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취업한 직장인 사이에서도 ‘의대 열풍’이 부는 모양새다. 사교육업체들은 앞다퉈 의대 입시 설명회를 열며 의대 진학 욕구를 자극하는 등 때아닌 ‘호황기’를 맞았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 발표 후 학원가에는 의대 준비반·재수반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직장인은 물론 현직 초등학교 교사도 학교에 다니면서 재수하겠다고 문의했다”며 “기회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커뮤니티 등에는 의대 준비 ‘반수’가 고민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자신을 2000년대 학번이라고 밝힌 서울대 출신 직장인이 내신 점수 계산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사교육업체들은 발 빠르게 ‘의대 특수’ 바람에 올라타고 있다. 종로학원은 이날 바로 의대 증원 관련 입시 설명회를 열었다. 반수생·직장인 등 정규반에 들어오기 힘든 사람을 위한 과정도 준비 중이다. 메가스터디도 다음 주 입시 설명회를 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지원자가 1만명에서 1만6000명 정도로 늘 것으로 본다”며 “향후 3년간 의약학 계열로 활발히 연쇄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들까지 의대 특수를 홍보하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에 문의 전화를 하자 “의대 정원 확대로 기회가 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준비해야 안 늦는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의대 준비반을 늘릴 것이라 홍보하는 학원도 있었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과열된 분위기에 의대 쏠림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의대 준비생과 수험생을 공유하는 이공계열의 근심이 깊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는 “올해 신학기부터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매우 많아질 것이다. 전국 모든 자연과학·공과대가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존에도 이공계 사기가 바닥을 치고, 중도 포기 후 의대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많아 문제였는데 이렇게 출구까지 생기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정부가 이공계열 학생에게 빨리 그만두고 의대로 옮기라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올여름부터 이공계열 교육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학과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렸는데 카이스트 등 연구 중심 대학에 다니던 학생도 의대에 도전하는 등 관련 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 위주로 정원을 늘리고,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확대한다는 기조인 만큼 일찌감치 ‘지방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 대표는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때 이사하는 학생과 이런 학생을 겨냥한 ‘지역인재 의대 전문 학원’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 확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60% 이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부는 이날 확정된 수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60% 이상 선발을 강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배분 기준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대학 증원 수요조사를 하고, 4월 중·하순까지 정원 배분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배정한다는 원칙 아래 대학의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대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 의료 지원 필요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나·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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