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차출 ‘비윤’ 저격당한 ‘친문’… 갈등 고조

유지혜 2024. 2. 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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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선 조해진도 음지 ‘김해 출마’ 요청
野 “尹정권 탄생 책임” 친문 불출마 압박
‘친윤 희생 않나’… 어수선한 국힘
민주선 친문·친명 갈라치기 심화
與 희생 요구 비주류 집중 지적에
한동훈 “차차 보면 알게 돼” 일축
野 임혁백 ‘책임론’ 발언 후폭풍
고민정 “뺄셈의 정치 극에 달해”
정성호 “특정인 지목 아냐” 진화

여야 모두 4·10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영남 중진 의원들에 대한 험지 차출 요청이 친윤(친윤석열)계나 대통령실·내각 출신으로까지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희생 요구가 당내 비주류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도 공천을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띄운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이 사실상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불출마 압박으로 해석되면서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3선) 의원에게 김해갑이나 김해을로 가서 당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5선) 의원에게 부산 북강서갑,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3선) 의원에게 경남 양산을 출마를 요청한 데 이어 조 의원에게 지역구 이동을 권한 것이다. 이에 조 의원은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조해진 의원실 제공
당에서는 부산·경남(PK)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다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천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최대 35% 페널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 컷오프(공천 배제)를 피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무감사 결과가 좋지 않은 분들에게 명예로운 퇴로도 열어 주고, 중진 험지 출마 명분도 얻을 수 있는 정무적인 판단이 깔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까지 공개적으로 지역구 이동을 권고받은 의원들이 비주류에 속한다는 점에서 친윤 인사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에게 험지 출마 요청이 몰린다는 지적’에 대해 “차차 보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에 이어 김 의원도 당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고,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누가 당의 공식 험지 출마 요청을 받을 다음 타자가 될지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중진들이 마음을 비우고 수용하고 같이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현(울산 남구을, 4선) 전 대표, 조경태(부산 사하을, 5선)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다만 김 전 대표 측은 울산 북구을 출마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사무총장 역시 험지 출마 요구 시에는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지 출마’ 비판을 받아 온 대통령실과 윤석열정부 내각 출신 인사들이 희생에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했던 검사 출신 이원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이날 통화에서 “연고를 고려한 공천 신청이었을 뿐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다 따를 생각”이라고 했다. 강남을 현역 의원인 4선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지역구 이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한편 민주당에선 임혁백 공관위원장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 후폭풍이 거세다. 임 위원장은 전날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발표는 당시 청와대 대변인인 제가 했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고 의원은 그러면서도 “통합의 정치, 연대의 정치가 절실한 때에 무엇이 범진보 진영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어떤 길이 윤석열 정권 폭주를 빠르고 강하게 막아낼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표의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때 나온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 구호가 “말 잔치에 그쳐선 안 된다”고도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내에선 임 위원장이 제기한 책임론이 누굴 겨냥한 것이냐를 두고 계속 말이 나온다. 당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실장, ‘추·윤 갈등’으로 윤 대통령의 ‘몸값’을 키웠단 평을 듣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노 전 실장은 충북 청주상당 출마를 준비 중이다. 추 전 장관은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임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얘기한 게 아니라 우리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으니까 전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 스스로 용단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반영해서 원론적으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합뉴스
임 위원장의 언급이 괜히 당내 분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상이 불분명한 메시지 때문에 잠잠해지나 했던 당내 갈등이 재차 촉발했단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 또한 책임론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지혜·김승환·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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