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가짜 탄원서 제출한 마약사범

타인명의 도용해 선처 호소
검찰, 사문서위조·행사 기소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챗GPT'로 가짜 탄원서를 만들어 제출한 마약사범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공판제2부(김해경 부장검사)는 마약사범 김모씨가 챗GPT를 통해 타인 명의의 탄원서를 위조해 법원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을 발견하고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김씨를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같은해 10월 재판 과정에서 법정 구속됐다. 이후 김씨는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고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김씨가 제출한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체육회 팀장 명의로 김씨의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의 문장 중간에 생뚱맞은 내용이 기재돼 있고 전반적으로 문장이 마치 번역문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서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김씨는 지인에게 탄원서에 이용할 체육회 팀장의 명함을 주며 챗GPT를 이용해 탄원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렇게 만들어낸 탄원서 샘플에 자신의 지장을 찍어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 챗GPT가 만든 탄원서의 명의자인 체육회 팀장은 김씨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2022년 10월 전국 검찰청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계약서·합의서·탄원서 등 증거자료의 진정성에 의심 정황이 있는 경우 그 진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관련 재판이 종료된 이후에도 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실제로 형사 재판에 챗GPT로 조작된 탄원서가 제출됐지만 담당 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찰은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위조 범행에 대하여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