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사전 지정제 '원점 재검토'...업계 반발에 몸 사린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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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에 대한 재계 반발이 거세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발 물러서 다른 대안을 찾는 등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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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있을지 전문가 의견 듣겠다"
법안 발표 시점 무기한 연기
정부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에 대한 재계 반발이 거세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발 물러서 다른 대안을 찾는 등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법 추진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도입 시기는 기약 없이 늦춰지는 등 재계 반발에 공정위가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목조목 반박하던 공정위... 돌연 후퇴
공정위는 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업계 의견 청취를 이유로 플랫폼법 제정 관련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법안을 공개하기보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과 관련해 업계와 학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공정위가 추진하던 플랫폼법의 핵심이다.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지닌 거대 플랫폼 기업(지배적 사업자)을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자사 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등 4대 반칙행위를 제재하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다. 앞서 공정위가 검토했던 지정 기준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엔 네이버 카카오가, 글로벌 기업 중엔 구글 애플 메타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플랫폼법 핵심 사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발표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공정위는 앞서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플랫폼 시장에서의 시장분석을 마친 뒤 위법행위를 제재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사전 지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달 중 법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업계에서 제기한 쟁점들에 조목조목 반박하던 공정위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지난해 내내 전문가 의견 들어놓고...또 “전문가 의견 듣겠다”
공정위는 학계 등 전문가 위주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사전 지정을 하지 않고도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판단 시일을 단축할 대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후 업계와의 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법 기본 틀 자체를 바꾸는 건 아니다”라며 “전략적 숨 고르기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미국 상공회의소 등 국내외 반발에 밀려 공정위가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초 법안을 추진하면서 약 10개월간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법 필요성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법안을 만든다면 ‘사전 지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며 “유럽이나 미국 등 플랫폼법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도 모두 사전규제 형태를 취하고 있고 현행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지정도 큰 틀에선 사전 지정 규제 방식”이라고 말했다.
법안 발표 시점도 무기한 연기
정부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시행은 물론 입법 자체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공정위는 향후 플랫폼법 공개시점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하면 법안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 부위원장도 “(법안을) 빨리 공개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더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검토하는 게 낫다”며 “(향후 법안 공개 시점은) 특정할 수 없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하겠다던 정부안도 공개하지 않은 점을 미뤄 플랫폼법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TF에 참가했던 또 다른 전문가는 “차라리 법안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을 추진하며 의견을 듣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법안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 공정위가 오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041638000427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3015310001159)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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