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장관 탄핵에 이민법 자가당착… 바이든 “공화당, 트럼프가 두렵나”

권경성 2024. 2.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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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범죄로 몰려다 하원서 부결 ‘망신’
상원서도 타협해 놓고 보복 걱정에 ‘딴말’
트럼프 기소 면책 주장, 항소심서도 기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의회에 긴급 안보 법안 조속 처리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장관을 범죄자로 몰아 내쫓으려다 당내 표 단속을 못 하는 바람에 망신만 당했다. 자신들의 국경 통제 강화 입법 제안을 막상 민주당이 받아들이자 ‘소용없을 것’이라고 우기는 식의 자가당착에도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는 인물’로 표현하면서 공화당을 향해 “트럼프가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일갈했다.


넉 달 일군 합의, 이틀 만에 포기

미국 하원은 6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행정부에서 국경 안보와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총괄하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장관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탄핵을 추진한 하원 다수당 공화당에서 4명이 이탈, 전원(212명)이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에 가세한 탓이다. 그 결과 반대(216표)가 찬성(214표)보다 많아졌고, 의결 정족수(과반 찬성)도 충족되지 않았다.

탄핵은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도했다.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호되게 때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최근 불법 월경 이민자 급증으로 공세의 빌미가 제공된 건 사실이다. 공화당은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민 관련 법 준수를 고의적·체계적으로 거부하고, 공공 신뢰를 위반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모두 정책 불일치나 성과상 결함일 수는 있을지언정, 탄핵 대상 범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비정상 행보는 상원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상원 양당은 공화당이 요구한 국경 통제 강화와 민주당이 바란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함께 가능하게 하는 1,183억 달러(약 157조 원) 규모의 ‘긴급 안보 법안’ 합의안을 공개했다. 이 법안에는 최근 1만 명 수준까지 불어난 ‘1일 무단 월경자’가 5,000명을 웃돌 경우 대통령이 국경 폐쇄를 명령하고 월경자를 내쫓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의 반대급부로 관철시킨 사항이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전날인 지난달 22일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라코니아(미국 뉴햄프셔주)=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합의안을) 법으로 만들 기회는 없다”고 말했다. 넉 달간의 협상 끝에 일군 합의를 이틀 만에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이는 갑자기 바뀐 당내 기류가 반영된 결과다. 상원 공화당 서열 3위인 존 바라소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이 새 법을 시행하지 않을 게 뻔해서 법안에 투표할 수 없다”며 “국경 위기를 끝낼 수 있는 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뿐”이라고 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입장 선회를 추동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다. 그는 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합의안이) 이민과 국경에 대해 민주당이 해 온 끔찍한 짓에 면죄부를 주고 공화당엔 짐이 되니, 바보짓하지 말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당 장악력이 공화당의 협상 승인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상원 다수당 민주당은 7일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트럼프, 국경 문제를 정치 무기화”

우크라이나 지원 구상이 위태로워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국경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무기화에만 몰두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질책한 뒤, 국민들에게 용기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두 번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인 네바다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약 9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이어 다시 압승을 거뒀다.

4개 사건, 총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된 데 반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면책 특권 인정’ 주장을 1심에 이어 재차 기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전략은 모든 사건 재판을 (면책 주장을 활용해) 대선 뒤로 미루는 것”이라며 “연방대법원 손에 재판 재개 시기가 달렸다”고 짚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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