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문화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다회용기’가 대안될까
별도 업체서 수거‧세척…서울‧경기 등 지자체 지원 확대
플라스틱 없는 일상이 가능할까.
최근 연예인을 비롯해 운동선수, 기업 대표,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BBP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마치 경제용어 같기도 한 BBP는 ‘Bye Bye Plastic’의 줄임말로, 이 챌린지는 일상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로 환경부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잠깐 사이에도 칫솔·치약·샴푸·로션·리모컨 등 제품 자체나 용기에 플라스틱이 들어간 다양한 물건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음식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욱 늘어났다. 배달 음식을 이용하면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배달 급증…플라스틱 대신 ‘다회용기’, 만족도 높아
KB국민카드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소비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신용‧체크카드 고객 1900만명을 대상으로 23개 세부 소비업종에서 발생한 약 93억건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5년간 배달서비스 매출 증가율이 164%에 달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일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1254t에서 2022년 1734t으로 38% 증가했다. 실제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음식배달 용기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1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다회용 반납용기’를 쓰는 음식점들이 등장해 주목된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스텐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배달특급 등에서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는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입력하면 주문 가능한 음식점이 나온다. 나머지 3곳에서는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사용한 용기를 수거해 세척하는 일은 음식점과 계약을 맺은 별도의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이용에 불편함은 없을까.
배달앱을 통해 주문해본 결과, 다회용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일반 주문과 다른 점이 없어 어렵지 않았다.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 스텐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준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용기 반납은 도시락 주머니에 있는 QR코드로 접속해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음식이 남아 있어도 그대로 뚜껑을 덮어 회수를 신청하면 된다. 수거업체는 세척과 살균과정을 거친 뒤 음식점에 다회용기를 재공급한다. 특히 300번 이상 사용한 용기는 다른 용기로 재가공되기 때문에 위생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용기 반납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수거담당 업체 관계자는 “이용 고객 대부분이 회수신청을 잘해줘서 용기가 분실되는 사례는 없었다”며 “간혹 반납이 늦어지는 경우엔 별도의 확인 전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회용기로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들은 건별 탄소중립포인트 1000원을 받을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탄소중립포인트 녹생생활실천’ 사이트에서 먼저 회원가입을 한 후 배달을 이용해야 한다. 회원가입 시 등록한 휴대폰으로 주문실적이 확인되면 포인트가 자동으로 쌓이고, 포인트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는 다회용기뿐만 아니라 폐휴대폰을 기부하거나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다회용컵 등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때도 받을 수 있다. 또 종이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받아도 포인트가 적립된다.
음식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업체의 권유로 다회용기를 쓰고 있는데, 써보니 괜찮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용기 이용료를 내고 있지만 일회용기와 비용 면에서 별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음식점 자체가 많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역에서 ‘찜닭’을 검색하자 배달로 주문 가능한 음식점 113곳이 나왔다. 하지만 다회용기로 시킬 수 있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다회용기로 주문하기 위해 음식 선택권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 지자체도 다회용기 지원 나서…축제‧스포츠경기장서 사용 확대
다회용기 사용 확대에 지방지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장례식장·스포츠경기장·업무지구 등 일회용품 사용과 배출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다회용기를 우선적으로 도입한다. 장례식장의 경우 조문객은 다회용기에 음식을 제공받고, 사용된 다회용기는 전문 업체에서 세척 후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도시락도 다회용기로 점차 변경할 방침이다.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등 서울시 대표 행사에도 다회용기를 사용해 친환경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도록 서울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다회용품 사용이 편리한 일상 속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올해 음식 배달업체와 장례식장, 지역 축제, 공공시설 등에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지난해에는 6개 시·군 대학축제와 지역축제 등에 다회용기 65만4895개를 지원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회의나 행사 때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청사 내로 일회용컵 반입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청사 내로 반입되는 배달음식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일회용품 안 쓰는 경기도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것은 당위나 규범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과 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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