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제재 허물고 ‘북 7차 핵실험’까지 두둔하려는 러시아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일부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에 동결된 북한 자산 900만달러 인출을 승인하고, 북한의 신규 계좌 개설을 허용했다고 6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지원한 대가의 일환으로, 이 자금은 북한의 원유 수입 대금 결제 등에 쓰일 거라고 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한반도 상황이 주요한 근심거리”라며 “미국의 모험주의적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연합군사훈련을 확대할 경우 “북한 지도부가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핵실험을 결심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조치는 유엔 제재로 국제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했던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 대북 제재의 중요한 한 축이 허물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 제재가 러시아도 참여한 유엔 안보리 회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 탓을 미리 미국과 한국에 돌린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해야 하는 국가로서 무책임한 언사이다. 러시아의 이런 메시지가 향후 북한의 행동을 더 대담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리전 상대인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를 강대국 외교의 장기판 말처럼 활용하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한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엄중히 항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와의 외교 공간을 없애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오히려 양국 간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윤석열 대통령 비난 이후 양국 정부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그 와중에 러시아 외교 차관이 방한해 협의를 했다. 러시아의 메시지가 모순되고, 정확한 의도를 알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러가 소통을 통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확인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확전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막아야 할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와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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