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없다"…사법방패 잃게 된 트럼프

신정은 2024. 2. 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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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삼중고' 빠진 트럼프
美법원 "재임 중 행위 면책 안돼"
즉각 상고…공은 상급 재판부로
대선 출마자격 두고 8일 변론
10개국서 사업 이해상충 논란도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삼중고’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2심 법원이 ‘2020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을 다시 기각했다. 8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문제를 두고 초유의 변론에 들어간다. 그에게 닥친 난관은 각종 소송에 따른 사법 리스크뿐만 아니다. 트럼프그룹의 사업과 관련해 이해 상충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항소법원 “면책 적용 안 돼”


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이날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기소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의 재임 중 공무 행위는 퇴임 후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면책 특권 주장을 재기각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퇴임함에 따라) 다른 형사재판 피고인이 보유하는 모든 방어권을 가진 ‘시민 트럼프’가 됐다”며 “대통령 시절 적용된 면책 특권은 더 이상 그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 의원, 법무부 당국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을 압박해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려 한 혐의로 지난해 7월 트럼프를 기소했다. 트럼프 측은 재임 시 면책 특권을 근거로 2020년 대선 관련 사건에 대한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날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을 정중히 배척하며 대통령직과 헌법을 지키기 위해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고하면 이번 면책 공방은 연방항소법원 전원 재판부 또는 연방대법원 등 상급 재판부로 넘어간다.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해 상충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트럼프그룹의 사기 대출, 성추행 및 명예훼손 등 민사 소송도 줄줄이 걸려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대선 출마 자격 문제를 놓고도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란 가담을 이유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따른 것으로, 연방대법원이 이날 어떤 결정을 내놓더라도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州)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냈다.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 콜로라도주는 물론 메인주 등 다른 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가 허용된 다른 주에서 승리를 거둬 대선에서 이길 경우 의회가 이를 인준할지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트럼프는 지난달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해 8330만달러(약 1100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진 데 이어 뉴욕주에 거액의 벌금을 낼 위기에 놓였다. 뉴욕주는 “기업 순자산을 부풀려 은행에서 부정하게 대출받았다”는 이유로 트럼프를 상대로 3억7000만달러(약 4910억원) 배상을 요구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이해 상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는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재임 기간 트럼프그룹의 해외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 후 트럼프그룹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에서 추진하던 일부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인도, 인도네시아, 우루과이 등에선 사업 중단에 따른 소송 우려를 이유로 사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은 10개 이상 국가에서 49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WSJ는 “재집권 시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가족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논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미 네바다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프라이머리)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용지에서 빠진 채 진행된 가운데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지지 후보 없음’에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개표 71% 기준 ‘지지 후보 없음’이 61.8%로 가장 많고 헤일리 전 대사는 31.7%로 뒤를 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열리는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만 후보로 등록했다. 공화당이 코커스 결과만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네바다주에 배정된 대의원 26명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져갈 전망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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