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입 막고 식칼 들었던 엄마…“이스라엘은 지금 집단 트라우마” [르포]
이스라엘軍 “인질 31명 사망
이미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아랍인 혐오 분위기 고조
5번째 중동 찾은 美 블링컨
텔아비브 도착해 휴전협상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2km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집단공동체) 비에리(Be’eri). 6일(현지시간) 이곳에서 만난 엘라(19·여)는 일가족이 몰살된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줬다. 이날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 4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매일경제는 대한민국 언론사 중 유일하게 전쟁의 시발지인 이스라엘 남부를 찾았다.
엘라의 일가족은 지난 1926년 비에리에 키부츠를 처음 만든 사람들이었다. 가자지구에서 가까워 이스라엘에서도 ‘위험 지역’으로 손에 꼽는 키부츠지만 그의 가족은 가자 주민과 공생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00년 가까이 키부츠를 지켜왔다. “이곳 주민들은 모두 평화주의자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니, 이제 누가 이곳에 살려고 하겠어요?” 엘라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엔 공포와 불안이 새겨 있었다. 가자에서 1km 거리에 있는 이스라엘 남부 도시 스데로트에서 만난 40대 여성 기티는 자택 대피소에 숨어 한 손에는 식칼을 들고 한 손은 4살 딸의 입을 틀어막았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는 “이 나라 전체가 PTSD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소규모로 커뮤니티를 이뤄 살아간다. (하마스에 의해) 죽거나 잡혀간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거나 이웃”이라며 한숨쉬듯 단어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인들에게서 팔레스타인과 공존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스라엘인과 결혼한 뒤, 텔아비브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교포 김순이 씨(45·여)는 “이스라엘 지인들과 대화 할 때 예전에는 반전이나 공존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말을 감히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해 10월17일부터 12월3일까지 이스라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과 지속적인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74%로 지난 2017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응답도 2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인 텔아비브에서는 아랍인에 대한 혐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씨는 “인근 식당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직원이 작년 10월7일 이후 곧바로 해고됐다”고 전했다. 실제 텔아비브의 유명 관광지이자 식당들이 몰려 있는 ‘자파‘는 ’유령도시’가 됐다. 자파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전쟁 직후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은 가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됐었는데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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