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라는 이방인이 미술관을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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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니메이션 '월E'처럼 엉성한 로봇들이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제4전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낯선 인간보다 더 낯선 존재인 로봇을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전시장에 들여놓으면서 잠시나마 공감과 연대로 이뤄진 공동체에 관해 이야기한다.
권 작가는 "전시장에서 매일 연극 무대를 만들듯 로봇의 시퀀스와 음향, 공간의 향 등을 조정하며 초기의 설치와 지금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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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고 기능도 없는 로봇들이
느리지만 계속 움직이게 만들어
이방인과 연대를 고민하게 유도
1990년대 '삐삐롱스타킹' 출신
방송사고 크게 치고 작가 변신
미국 애니메이션 ‘월E’처럼 엉성한 로봇들이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제4전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외나무다리에서 고개를 젓거나 수도승이 절을 하듯 전시장을 걷는다. 멈춰 서서 노래하는가 하면, 곧 반대편 로봇이 부채를 펼쳤다가 접는다.
이들의 몸짓은 느리고, 또 느리다. 어두운 공간 속 절제된 조명과 사운드만으로 서서히 몰입하게 한다. 전시장 한구석, 이 모든 시퀀스를 섬세하게 제어하는 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작가, 권병준(53)이다. 직접 만든 로봇으로 가장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공간과 연극적 전시를 창조해낸 그는 반전의 이력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의 보컬 ‘고구마’라는 이름으로, 악동 가수 반열에 올랐던 뮤지션이다.
그는 돌연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다. 새 앨범을 내고 한창 활동을 이어가던 1997년 공영방송 MBC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타이틀곡 ‘바보버스’를 부르다가 손가락 욕을, 다른 멤버는 카메라에 침을 뱉으며 방송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역대급 방송사고’ 톱10에 남아 있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로 떠났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인 권 작가는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소리학과 아트사이언스를 배운 뒤 사운드 엔지니어와 소리 관련 하드웨어 연구자로 일했다. 9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미술관과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소리와 공학이 결합된 예술’을 꾸준히 선보였다.
이번 전시된 작품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 ‘일어서는 법’(2023·사진), ‘오체투지 사다리봇’(2022) 등이다. 인간사회에서 소수자이자 동반자가 된 로봇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였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건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제주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국내에선 찬반 여론이 거셌다. 낯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경계가 어디쯤일까 궁금했다고. 낯선 인간보다 더 낯선 존재인 로봇을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전시장에 들여놓으면서 잠시나마 공감과 연대로 이뤄진 공동체에 관해 이야기한다. 권 작가는 “전시장에서 매일 연극 무대를 만들듯 로봇의 시퀀스와 음향, 공간의 향 등을 조정하며 초기의 설치와 지금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작가를 육성하고 후원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해온 시상 제도다. 수상자 발표 전 갈라포라스 김, 이강승, 전소정, 권병준 등의 작품이 3월 31일까지 전시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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