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줄 모르는 국가 지도자의 위험성

한겨레 2024. 2. 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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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당연히 능력이 여러모로 출중해야 한다"라는 말은 곰곰이 따져보지 않는다면 당연한 말이다.

사람들은 보통 의심의 여지 없이, 능력이 있어야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한 사람의 성공이 오직 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사회가 더 많이 인정해주고 더 크게 보상해줄수록,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날수록, 대도시나 선진국에서 태어날수록 성공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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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목솔희 | 전업주부

“리더라면 당연히 능력이 여러모로 출중해야 한다”라는 말은 곰곰이 따져보지 않는다면 당연한 말이다. 사람들은 보통 의심의 여지 없이, 능력이 있어야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력 있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는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능력주의’에 기반해 사고하는 것이다.하지만 과연 ‘능력주의’에서 말하는 ‘능력’이 우리의 진정한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아는 능력주의는 이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성과가 개개인의 능력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수긍하게 된 것이다. 물론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한 사람의 성공이 오직 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사회가 더 많이 인정해주고 더 크게 보상해줄수록,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날수록, 대도시나 선진국에서 태어날수록 성공에 유리하다. 즉, 한 개인이 각자의 성공을 이루는 데, 능력과 더불어 운이 좌우한다고 볼 여지는 아주 많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 속에서 살기 마련이며,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회와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은 능력을 주로 학벌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른바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보통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엘리트’들이 지도자가 되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뛰어난 학벌을 갖춘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맞는다면, 대한민국의 행정을 이끌 대통령을 ‘능력에 따라’, ‘성적순대로’, 또는 ‘학벌순대로’ 뽑아야 하는가? 오히려 대통령은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능력’ 말고도 더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 있다.

한 나라를 이끌 리더에게 필수적인 덕목으로는 ‘공감’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 리더의 공감하는 능력은 여러 방향에서 매우 민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갈라치기’와 ‘분열’의 모습에서 새로이 공동체적인 사회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다.

지도자의 공감 능력은 활발한 소통을 촉진한다. 한 나라의 리더는 각계각층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 둔한 사람이 한 국가의 지도자를 차지하고 있다면, 서로 소통하는 사회는 어려울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기란 불가능한데, 지도자가 깊이 있고 활발한 소통 문화 형성에 실패한다면 결국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 독단적 태도는 사회가 연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위험천만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아울러 민생을 챙기는 일이나 젠더 문제 등에 대한 지도자의 역할이 공감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그저 맹목적 효율성과 단순한 공리주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결과는, 질적인 성장은 무시한 채 양적 성장만 추구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갖는 것은, 공감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여러 전문가와 정치인들,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듣는 태도야말로 우리의 지도자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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