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예견된 참사'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다
[STN뉴스] 김도영 인턴기자 = 예견된 참사가 현실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64년 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완전한 패배였다. 피파랭킹 87위 요르단은 23위 대한민국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대표팀은 점유율에서 앞섰는데 그뿐이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의 빈자리는 뼈아팠다.
수비라인은 상대 공격수 야잔 알 나이마트(24)와 무사 알 타마리(26)에게 지속해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허용했다. 충격적인건 주전 공격진이 총 출격했음에도 90분 내내 유효슈팅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요르단은 12번의 슈팅 중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고 두 골을 넣었다. 오히려 한국이 11번의 파울을 범하며 상대(4번)보다 수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공수 양면에서 밀렸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였다.
역대급 '황금세대'라 불린 이번 대표팀의 선수 면면은 화려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 '황소' 황희찬(28·울버햄튼 원더러스 FC), '골든 보이'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 FC) 등을 중심으로 스쿼드에 유럽 주요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신구조화, 선수들의 현재 폼, 국제대회 경험 등 모든 지표를 따져 봤을 때 역대 최강의 멤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의 선임 과정부터 잡음이 있었다. 당시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참여한 마이클 뮐러(58)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감독 선임 기준과 선임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뮐러 위원장이 사실상 실권이 없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2018년 8월 파울루 벤투(54) 감독을 선임하며 감독 후보군과의 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던 김판곤(54) 당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의 기자회견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삐걱댔던 클린스만호는 첫 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콜롬비아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 비대면 선수명단 발표 등 경기 외적인 문제도 지속해서 재기됐다.
K리그 관찰은 국내 코치진에게 맡긴 채 유럽파만 체크하는 등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전례 없던 국가대표 감독의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잉글랜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펼쳐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전에서 대표팀은 첫 승을 거뒀고 이후 5연승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비교적 약체(사우디-튀니지-베트남-싱가포르-중국)를 상대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응원의 목소리가 컸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시작 이후에도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비교적 쉽게 예선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시작부터 흔들렸다. 조별 예선 1차전이었던 바레인전에선 이강인의 2골 활약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전반적으로 답답한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은 이후 경기부터 대회 내내 단 한 번도 정규시간 90분 이내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에선 충격적인 3-3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예선 3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며 아시안컵 대표팀 역사상 예선에서 가장 많은 실점(6실점)을 허용했다.
토너먼트에 접어들어서도 모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장 동점 골'을 통해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간신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은 승부차기, 호주와의 8강전은 120분 혈투 끝에 손흥민의 2골로 4강에 진출했다.
과정에서 '좀비 축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지켜보는 모두가 대표팀의 조직력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매 경기 선제골을 허용했고, 답답하게 끌려가는 경기 양상이 매 경기 이어졌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은 피치 위에서 보이지 않았다. '탑독'의 위치에서 지배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언더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극적인 장면들로 인해 드라마를 써 온 대표팀이었지만, 결국은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결과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던 요르단전 패배였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한 대표팀의 패배는 '예견된 참사'였을지도 모른다. 큰 우려가 있었음에도 모두가 참아왔던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결과에 책임질 시간이다.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62) 회장이 답해야 할 차례다.
STN뉴스=김도영 인턴기자
casterkdy@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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