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늘린 의대정원…미용의료 유입 막을 비책은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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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하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증원 폭만 놓고 보면 국내 의료체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에 충분하지만, 늘어난 인력을 필수·지역의료에 안착시킬 전략이 미약해 자칫 의료 시장의 경쟁에만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 수준으론 앞으로 해마다 2000명씩 늘어날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충분히 안착시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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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하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증원 폭만 놓고 보면 국내 의료체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에 충분하지만, 늘어난 인력을 필수·지역의료에 안착시킬 전략이 미약해 자칫 의료 시장의 경쟁에만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으로 배출된 의사를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는 대책으로 ‘지역인재특별전형 확대’와 ‘지역필수의사제’ 등을 제시한다. 지역인재특별전형은 비수도권 대학이 의대 등의 신입생을 뽑을 때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뽑도록 한 제도다. 복지부는 2023학년도 입시 기준 비수도권 의대 신입생의 48%를 차지한 지역인재 비중을 앞으로 6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대생이 졸업 뒤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기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하면, 장학금·지역정착금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필수의료 진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 보상 확대, 어린이 전문 병원 등에 건보 재정으로 적자 보전 등도 정부가 내놓은 카드다.
그러나 이 수준으론 앞으로 해마다 2000명씩 늘어날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충분히 안착시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자 보전’ 방식의 건보 재정 투입으로 기존의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병원들이 늘어난 의사만큼 필수의료 분야에 새로 투자할 유인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복지부 대책엔 의료기관이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자원을 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정부 주도로 공공병원 등을 늘려 필수의료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정부가 제안한 지역필수의사제도 입학생 중 일정 비율을 별도 전형으로 뽑은 뒤 나중에 지역에서 의무 복무시키는 지역의사제와는 달리 강제성이 없다.
전문가들은 증원된 의사의 배치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지역·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증·응급 환자를 보는 것보다 의원을 열어 미용·성형시술을 할 때 적은 노력으로 큰 수입을 얻는 구조에선,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결국 개원가로 사람이 쏠린다는 것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국내 의료시스템의 인력 배치 왜곡은 (강제책이 빠진) ‘유인책’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개원 자격을 두거나 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짚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금전적인 인센티브만 제시해서는 지역의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정 수 의사를 의무적으로 지역에 근무시킬 지역의사제 등과 함께 이들이 지역에서 자리잡고 일할 공공병원을 늘리는 방안이 함께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난 정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지자체가 필수의료 기반 조성에 책임을 분담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정부가 이들로부터 필수의료 분야 투자 계획을 받고, 이행 정도에 따라 정원을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각 대학의 부속병원이 지역 의료체계의 ‘맏이’ 구실을 얼마큼 하는지도 이 과정에서 평가하고 반영하자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지역 내 최상위 의료기관인 대학병원 주도로 지역 병의원들의 진료 네트워크를 짜고, 대학병원에 배정된 전공의도 공동으로 수련하게끔 해야 한다. 지역 병의원이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는 대학에 정원을 우선 배정해 의대 증원을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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