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짜리 책 팔면 작가 수익은 겨우 천 원"...관행 깨기 나선 신생 출판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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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작가들의 인세는 책 가격의 10%인가.' 오랫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출판계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 출판사가 있다.
"작가들뿐 아니라 출판사 대표님들의 관심이 커서 놀랐어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방법을 몰라 방치됐던 거죠. 출판계 불공정 관행은 업계가 유독 부도덕해서라기보다 시스템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죠. '정직한 출판'이 아닌 '정확한 출판'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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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실험... "불공정에 대한 저항"
인세 기준='발행부수'...신뢰의 시스템화
"정직한 출판 아닌 정확한 출판이 목표"
'왜 작가들의 인세는 책 가격의 10%인가.' 오랫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출판계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 출판사가 있다. 2년간 준비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신생 출판사 '도서출판11%'다. 기성 작가들에게 통상 10%, 신인 작가들에게 대략 6~8%를 주는 출판계의 관행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회사 이름에 '11%'를 넣었다.
이 같은 도발적 시도의 배후엔 베스트셀러 작가 임홍택(42)씨가 있다. 도서출판11%는 임씨의 아내 최지혜씨가 대표이고, 임씨는 편집인이자 소속 작가이다.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임씨는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와 작가의 신뢰를 시스템으로 다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조리, '인세10%'
"10%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고 기준도 없는 숫자예요. 이유를 따져 묻고 싶어도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작가 입장에선 이의 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신인 작가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
임씨 역시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2019년에 나온 그의 책 '90년생이 온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며 40만 권이 팔렸다. 문제는 출간 후 발생했다. 관행상 판매 부수는 출판사가 관리하고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수치를 통보받는데, 뒤늦게 종이책 인세가 일부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된 것. 역시 관행인 이중계약서로 인해 전자책의 인세 미지급 사실까지 불거지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불공정 인세 계약은 관행의 일부에 불과했어요. 한국에선 서점이 외상으로 책을 들인 뒤 팔린 책과 반품된 책을 제외하고 후불로 책값을 지불하는데,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얼마가 팔렸는지 알 수 없어요. 정산이 투명하게, 제때 되지 않죠."
'10+1%', 변화를 향한 한 걸음
인세 1%를 더 준다고 상황이 바뀔까. 임씨는 "1%는 낡은 관행에 저항하겠다는 의미"라며 "우리 출판사는 정확하지 않은 판매부수 대신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인세를 지급하고, 책마다 저작권자가 소유한 홀로그램 인지를 붙여 정확한 부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책의 인쇄 순서가 담긴 홀로그램 스티커는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만든 기술로,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복제가 불가능하다. 임씨 부부의 출판사는 지난해 12월 출판사의 홀로그램 인지 시스템을 적용해 '2000년생이 온다'를 첫 책으로 펴냈고, 이달에는 '90년생이 온다'의 재개정판과 인공지능 관련 책을 낸다.
1%의 실험이 관행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작가들을 비롯해 대형 출판사까지 관심을 보이며 들썩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업력이 반년에 불과한 신생 출판사지만 이미 내년 출간 계약만 4건이 성사됐다고. "작가들뿐 아니라 출판사 대표님들의 관심이 커서 놀랐어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방법을 몰라 방치됐던 거죠. 출판계 불공정 관행은 업계가 유독 부도덕해서라기보다 시스템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죠. '정직한 출판'이 아닌 '정확한 출판'이 목표입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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