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클린스만 K-log] 클린스만도 '인샬라'? '선수놀음' 실패, 그건 자유 아닌 '방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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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샬라(ان شاء الله).' 아시안컵 현장에서 '슈크란(شكراً, 감사합니다)'과 함께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다스리기보다는,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활하며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수놀음'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놀음'과 '선수놀음' 두 요소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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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인샬라(ان شاء الله).' 아시안컵 현장에서 '슈크란(شكراً, 감사합니다)'과 함께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신의 뜻대로'라는 뜻을 지닌 쿠란(이슬람교 경전)의 한 구절로, 쉽사리 조바심내지 않는 무슬림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인샬라'라는 말엔 양면이 공존한다. 삶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긍정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칫 '될 대로 되라지'라는 우유부단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는 스페인어의 'Lo que sera, sera(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도 있다.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에 임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는 꼭 '인샬라' 같았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내로라하는 유럽파 선수들이 있다는 점은 매우 든든했다. 해외파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기에 '우승후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마지막에는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결과만 남았다. 준결승전에서 상대적 약체인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탈락한 것은 굴욕이자 참사다.
평소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100% 수용하는 '덕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와 독일어, 영어로 격의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캡틴' 손흥민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요청을 잘 들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기에 굳이 애쓰지 않아도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자연스레 그를 따랐다는 후문이다.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다스리기보다는,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활하며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수놀음'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다. 팀은 선수들의 능력만으로는 운영될 수 없고, 감독의 능력만으로도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놀음'과 '선수놀음' 두 요소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했다. '감독놀음'을 할 만한 전술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아시안컵이 아니더라도 앞선 A매치에서 확인 가능했다.
그는 자신이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나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듯했다. 이번 대회 한정 유명 분석 스태프와 스카우트를 기용하기는 했지만, 과연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선수놀음'에선 낙제점을 받을 정도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발 라인업과 교체를 선택하는 것은 감독인 자신의 몫이지만,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자 책임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혹자는 "개장수가 개 풀어놓은 모양새"라고 비난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경기에 나가 승리를 가져올 만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 거기서 감독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다.
분명 자유 속에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을 경기장에 풀어 놓고 방치하라는 뜻은 아니다. 진정한 감독이라면,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를 진행하고, 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하며, 불리한 판정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바둑에서처럼 한 수, 더 나아가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감독만이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를 획득할 수 있다. 아시안컵 4강 탈락은 한 치 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감독의 패착이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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