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HMM…대우조선 전철 밟나

강현우/허세민 2024. 2. 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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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그룹의 협상이 지난 6일 결렬되면서 HMM의 민영화가 중단됐다.

글로벌 해운 업황이 출렁이고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HMM 매각이 결렬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번에 매각 측이 내건 경영권 견제 장치를 보고도 HMM을 사려는 기업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민영화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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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까지 수년 걸릴 듯
업황 부침 심하고 동맹 재편 이슈
정부관리 20여년 경쟁력 상실한
대우조선처럼 골든타임 놓칠 우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매각이 무산되면서 회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 있는 홍보 스크린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그룹의 협상이 지난 6일 결렬되면서 HMM의 민영화가 중단됐다. 매각 측이 요구한 ‘경영권 견제 장치’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업계에선 당분간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정부 관리 체제 아래에서 20여 년을 보내며 경쟁력을 상실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HMM 매각 결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HMM의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결국 약세(0.42% 하락)로 마감했다. 하림의 주가는 16.18% 급락했다. HMM 인수에 따른 밸류체인 확장 기대가 무산된 영향 때문이다. 반면 인수 주체로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던 팬오션은 재무 부담 해소 기대 덕분에 21.09% 급등했다.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도 1.39% 상승하면서 장을 마쳤다.

글로벌 해운 업황이 출렁이고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HMM 매각이 결렬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HMM의 매출은 2020년 6조원에서 2021년 13조원, 2022년 18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8조원대로 고꾸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 경기의 부침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대형 선사들끼리 노선과 영업 조건을 공유하는 해운동맹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MSC와 함께 세계 1위 동맹인 ‘2M’에 속해 있는 머스크(시장점유율 2위)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하파크로이트(5위)가 2025년 새로운 동맹을 맺기로 한 게 큰 변수로 꼽힌다.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순위가 3위에서 4위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 HMM이 앞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이 재편될 때 의사결정이 느린 공기업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번에 매각 측이 내건 경영권 견제 장치를 보고도 HMM을 사려는 기업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민영화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진공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도 당분간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

해운업황이 고꾸라질 경우 HMM이 옛 대우조선처럼 ‘국민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한화에 팔리기 전까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대우조선 민영화를 21년 동안 다섯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여섯 번째 시도 끝에 겨우 성사했다.

강현우/허세민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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