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호의 목격담] '레베카'라 쓰고 '댄버스'라 읽지만 '잭 파벨'과 '반 호퍼 부인'도 있습니다

백명호 인턴기자 2024. 2. 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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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를 본 사람이라면, 공연장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은 극의 중심에 위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가장 강력한 개성을 갖고 있다.

'잭 파벨'과 '반 호퍼 부인'이 있었기에 댄버스가 빛날 수 있었다.

반 호퍼 부인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우리의 기분을 한껏 띄웠다면 잭 파벨은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나귀처럼 댄버스 옆에 붙어서 우리를 괴롭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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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助演): 한 작품에서 주역을 도와 극을 전개해 나가는 역할을 함. 또는 그 역할을 맡은 사람.
목격담(目擊談)에서는 인상 깊었던 것을 본 그대로 담습니다.

(MHN스포츠 백명호 인턴 기자) 조연이 없다면 주연이 빛날 수 있을까

뮤지컬 '레베카'를 본 사람이라면, 공연장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댄버스 미쳤다'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은 극의 중심에 위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가장 강력한 개성을 갖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화자인 '나'가 감히 레베카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언제나 적대적으로 대하며, 끊임없이 압박한다. 

댄버스는 악당이다. 그래서 표독스럽고, 끔찍하다. 그러나 아주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기억되는 인물이다. 

허나 다소 지루할 수 있었던 이야기의 분위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준 두 조력자를 잊어선 안된다. '잭 파벨'과 '반 호퍼 부인'이 있었기에 댄버스가 빛날 수 있었다.

먼저 반 호퍼 부인, 기꺼이 망가지기를 자처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시작을 완벽히 알린다. '넌 절대 귀부인은 못 돼' 라며 나를 조롱하고 비웃지만 그 모습은 왜인지 그렇게 밉지는 않다. 

뜬금없이 막심과 결혼한다는 나를 보내고 무대에서 퇴장한 뒤 '더는 등장하지 않겠구나' 라고 느껴질 때면 반 호퍼 부인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무도회에 등장해 또 다시 명랑한 존재감을 뽐내며 후에 격앙될 분위기를 대비하려는 듯, 무대에 유쾌함을 뿌려놓는다.

반 호퍼 부인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우리의 기분을 한껏 띄웠다면 잭 파벨은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나귀처럼 댄버스 옆에 붙어서 우리를 괴롭게한다. 댄버스가 '절대악' 이라면 파벨은 '간신'정도의 위치로 끊임없이 촐싹대며 나와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극이 진행되고, 맨덜리에서 나의 입지가 강화되어 댄버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다소 느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아주는건 잭 파벨의 공이 크다. 능글맞은 노래와 춤, 표정으로 풀어나가는 파벨의 말과 행동은 자칫 엇나갈 수도 있었던 이야기의 긴장도를 팽팽히 잡아준다.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연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회고를 시작으로, 극의 출발을 알리며 등장하는 불투명한 스크린의 사용은 관객이 뮤지컬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무대에 등장한 '나'가 이 스크린에 그려내는 스케치는 이내 무대의 세트와 그 모습이 일치한다. 그려낸 밑그림은 곧 현실이 되고, 관객들은 어느샌가 몬테 카를로 호텔과 맨덜리 저택에 있다.

또한 이 장치는 극의 결말 부분에서 기차역에 있던 막심과 나, 그리고 관객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불타는 맨덜리 저택으로 순간이동 시켜준다.

그리고 댄버스가 놓은 혼돈의 불꽃이 타오르는 맨덜리 저택은 이 불투명 스크린 안에 위치해 손댈 수 없이,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도록 묘사한다.

또한 레베카의 방에서 댄버스가 나에게 레베카에 대해 찬양하는 장면에서 손짓 하나로 열리는 커튼 장치와 해안가에 퍼져오는 안개를 묘사하기 위해 무대 바닥을 뒤덮는 연기 장치 또한 극의 몰입도를 더하는 중요한 연출로 작용했다.

초연 이후,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뮤지컬 '레베카'

악역이라는 사실 조차 잊게 만드는 '댄버스'가 단연 훌륭하다. 허나 그녀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조연들과 연출이 없었다면 댄버스의 매력이 온전히 발휘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댄버스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조연들의 빛나는 활약, 그리고 무대 위의 마법 같은 연출이 각각 더해져 모두가 열광하는 매혹적인 광기의 뮤지컬 '레베카'가 탄생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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