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안 뽑아" 49% … 與野 텃밭일수록 '물갈이 민심' 거세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4. 2. 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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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물·새 정치 바라는 국민들
TK·부울경·호남유권자 과반
"새로운 인물 국회 입성해야"
21대 총선에선 절반이 초선
與, 부울경 의원 자리 옮기고
그 자리에 새 얼굴 내세우기로
野, 중진 의원에 불출마 압박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4·10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가운데 49%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새로운 얼굴이 당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각 여야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부울경)과 광주·전남(호남)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업체인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내일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지역구 의원 투표에서 현역 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역이 아닌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현역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은 33%였으며 모름·무응답은 18%였다.

현역 의원 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은 호남(56%), 부·울·경(55%), TK(54%) 등 순으로 높았다. 여야 텃밭의 경우 어차피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역 교체 요구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성을 지닌다.

반면 서울은 현역 교체 여론이 41%로 현역 유지 의견(35%)보다는 높았지만 지역별로 따져봤을 때는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선거에는 항상 유권자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구가 있다"며 "유력 정당에 속하되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에게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지하는 정당별로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현역 교체를 원하는 목소리가 47%로 유지를 원하는 의견(34%)보다 13%포인트 높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현역 의원에 대한 지지가 45%로 교체 의견(42%)보다 오히려 3%포인트 높았다. 현재 국회 의석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1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서 현역 지지율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58%)를 내린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이 현역 의원 교체를 희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현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높기 때문에 현역 교체 목소리가 높게 나타난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여야 모두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높게 나타났던 점도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의원 중 초선 비율은 50.3%에 달했다. 국회의 절반 이상이 새 얼굴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여야는 4·10 총선에서 지역구에 새로운 간판을 내세우기 위해 인재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현역 불출마를 유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교체지수' 하위 10% 이하는 컷오프(공천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역 불출마 선언이 장제원·김웅 의원 등 2명에 그친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은 줄잡아 10여 명이 불출마를 택했다.

3선 이상인 박병석·우상호·김민기 의원과 재선인 임종성 의원, 초선인 오영환·강민정·이탄희·홍성국·최종윤 의원 등이다. 또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도 커지고 있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중진 의원들을 향해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관위는 설 연휴 직후에 현역 의원 하위 20%에 대해 '컷오프'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새로운 얼굴을 내보내기 위해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을 제외하는 것이 반드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물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아는 사람을 찍는 유권자가 많다"며 "유권자들이 생판 모르는 신인을 공천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중진도 잃고, 지역구도 잃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 의원 공천 교체율이 44%로 민주당(28%)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의석을 84석 얻는 데 그쳤고, 오히려 민주당이 163석을 쓸어 갔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이틀간 실시됐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으로 조사가 이뤄졌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및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로 전화걸기(RDD) 방식이 사용됐다.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비중은 각각 90%, 10%다. 지난 1월 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조사 응답률은 12.3%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동철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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