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수들 궁금하기도 하고” 한화 34세 캡틴이 대수롭지 않게 ‘얼음’…2월에만 볼 수 있는 ‘일상’[MD멜버른]
[마이데일리 = 멜버른(호주) 김진성 기자] “우리 투수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7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멜버른 볼파크. 투수들의 불펜투구가 한창인데 타자 한 명이 들어섰다. 주장 채은성(34)이었다. 채은성은 불펜 투구를 받는 포수의 옆, 가상의 타석에 들어서서 타격 자세를 취했다가 가상의 타석을 벗어났다. 이 동작을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반복했다. 심지어 자리를 옮겨가며 투수들의 공을 봤다.
마치 ‘얼음, 땡’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채은성의 시즌 준비가 순조롭다는 증거다. 타격연습을 하고 있지만, 타자는 투수의 공을 직접 봐야 디테일한 타격 감각이 살아난다. 대신 타격은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 방망이는 철저히 악세사리였다.
또 하나. 투수들에게 사실상 라이브피칭의 의미가 있다. 당연히 가상의 타석에 투수들이 서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 투수로서도 좀 더 집중력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다. 현재 한화의 불펜피칭장에는 올 시즌 ABS 도입에 맞춰 KBO가 발표한 가상의 스트라이크 영역을 표시한 로프가 있는 상태다. 이것도 투수에게 도움이 되지만 타자가 직접 서 있는 것만큼 좋을 리 없다.
포수 최재훈은 “같은 팀이고, 맞히면 안 되니 타격은 안 한다. 그런 부담은 있다. 그래도 (타자가 가상의 타석에 들어서면)투수들은 감각이 올라올 수 있다. 실제 우리 투수들이 연습을 많이 해서 좋아졌다. 포수로서 뿌듯하다”라고 했다.
투수에 대한 피드백을 좀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화 관계자들은 채은성에게 투수의 구종에 대해 확인하고, 컨디션이 어떤지 체크하기도 했다. 채은성은 한승주의 커브와 커터가 좋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채은성은 “그냥 공 본 것이다. 어차피 곧 실전도 있고, 라이브배팅도 해야 하니, 늘 이렇게 해왔다. 우리 투수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들어가봤다”라고 했다. 한화 관계자는 하주석 등도 불펜피칭장에 들어가 ‘얼음’을 했다고 한다.
채은성의 말대로 타자가 투수의 공을 보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2월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채은성이 공식경기서 한화 투수들을 상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채은성의 얼음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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