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준비한 벼룩시장 수익금 35만 원 전액 기부한 익산시 천사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7일 오전 유치원 어린이 10여 명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로 왔어요?"
아이들의 '감동 기탁 스토리'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입학 초기인 3~4월에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물건을 나눠 써야 하는 이유와 나눠 쓸 수 있는 물건을 학습했다.
인근의 전통시장을 견학하며 어떤 물건이 사고 팔리는지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천사들의 눈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은 5월부터 나눠 쓸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스스로 가격까지 책정하게 된다. 유치원은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을 통해 '플리마켓'의 취지와 진행 절차 등을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할 있도록 협조를 구해 놓은 터였다.
"선생님, 이렇게 칠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까요?"
대부분 자신의 장난감이나 동화책, 의류 등이었고, 가격은 100원에서 200원부터 500원에서 1000원까지 다양했다.
유치원은 가격책정도 학부모의 개입을 금지하는 등 철저히 아이들의 손에 모든 것을 내맡겼다. 그래서인지 5000원의 가격이 책정된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물건이 안 팔렸는지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등 시장 논리를 어슴푸레 스스로 깨우치고 있었다.
이날 수익금은 총 27만 원, 안 팔린 물건은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익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였다.
3~4개월 학습을 하면서 아이들의 기부 의견도 다양하게 변했다. 결국 아이들은 작년 12월에 수익금 사용처를 놓고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60여 명의 아이들 중 '맏형'에 해당하는 7세의 원생 18명이 투표를 주도했다. 모든 원생이 참여할 수 없으니 이른바 유치원의 '원로원'이 대표로 투표를 한 셈이다.
그 결과 먼 나라의 이웃을 돕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불우이웃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렇게 결정한 아이들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설 명절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이날 중앙동 행정복지센터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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