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준비한 벼룩시장 수익금 35만 원 전액 기부한 익산시 천사들

박기홍 기자(=익산) 2024. 2. 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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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7일 오전 유치원 어린이 10여 명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로 왔어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러 왔어요."
▲고사리 손으로 모은 정성을 기탁하는 익산시 '이리성심유치원' 아이들 ⓒ익산시
행복센터 인근의 '이리성심유치원(원장 최은주)'에 다니는 5~7세 원생들은 지난해 벼룩시장 행사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27만원에 자발적인 모금을 더한 35만원을 센터 관계자에게 내밀었다. 고사리손으로 모은 정성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탁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미소가 흘렀다.

아이들의 '감동 기탁 스토리'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벼룩시장 준비 과정 ⓒ성심유치원
작년 3월 1일 입학한 60여 명의 아이들은 유치원의 1년 프로그램인 '성심플리마켓'에 따라 스스로 벼룩시장을 준비하는 법부터 배워나갔다.

입학 초기인 3~4월에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물건을 나눠 써야 하는 이유와 나눠 쓸 수 있는 물건을 학습했다.

인근의 전통시장을 견학하며 어떤 물건이 사고 팔리는지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천사들의 눈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은 5월부터 나눠 쓸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스스로 가격까지 책정하게 된다. 유치원은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을 통해 '플리마켓'의 취지와 진행 절차 등을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할 있도록 협조를 구해 놓은 터였다.

▲벼륙시장 준비 과정 ⓒ성심유치원
6월 30일로 정해진 플리마켓을 며칠 앞두고 아이들은 대형 현수막을 직접 손으로 그리고 색칠을 하는 등 온 정성을 기울였다. 담장 밖에 내걸 현수막도 모두 함께 색칠 작업을 했다.

"선생님, 이렇게 칠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까요?"

"어떤 색을 칠해야 잘 팔릴까요?"
▲벼룩시장을 알리는 현수막 만들기 ⓒ성심유치원
유치원의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들은 진지하게 하나씩 플리마켓을 준비해갔다. 큰 관심 속에 열린 행사 당일에 플리마켓에 참여한 아이들과 물건은 60여명에 200여 점이 달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호응이었다.

대부분 자신의 장난감이나 동화책, 의류 등이었고, 가격은 100원에서 200원부터 500원에서 1000원까지 다양했다.

유치원은 가격책정도 학부모의 개입을 금지하는 등 철저히 아이들의 손에 모든 것을 내맡겼다. 그래서인지 5000원의 가격이 책정된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물건이 안 팔렸는지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등 시장 논리를 어슴푸레 스스로 깨우치고 있었다.

이날 수익금은 총 27만 원, 안 팔린 물건은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익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였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북극곰 살리기 운동과 굿네이버스 등 환경·사회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에게 영상으로 보여주며 '기부'에 대해서 함께 공부했다.
▲벼룩시장 물건 사고팔기 모습 ⓒ성심유치원
'기부'라는 개념조차 몰랐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각종 비영리법인의 활동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환경운동과 경제교육에 대해서도 하나씩 깨닫게 되었다.

3~4개월 학습을 하면서 아이들의 기부 의견도 다양하게 변했다. 결국 아이들은 작년 12월에 수익금 사용처를 놓고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60여 명의 아이들 중 '맏형'에 해당하는 7세의 원생 18명이 투표를 주도했다. 모든 원생이 참여할 수 없으니 이른바 유치원의 '원로원'이 대표로 투표를 한 셈이다.

그 결과 먼 나라의 이웃을 돕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불우이웃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렇게 결정한 아이들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설 명절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이날 중앙동 행정복지센터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최은주 유치원 원장은 "왜 이웃들과 나누고 서로 도와야 하는지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며 깨닫게 해 주고 싶어 1년짜리 벼룩시장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되었다"며 "'내 것' 주장이 강한 5~7세 아이들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것'이라는 개념을 깨우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벼룩시장 당일 담장에 붙은 현수막 ⓒ성심유치원
최은주 원장은 "학부모들의 호응도 뜨거워 1년에 두 번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하셨다"며 "성금 기탁식을 통해 나눔의 의미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등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송지영 익산시 중앙동 동장은 "1년 동안 준비해온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접하니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울컥 솟구친다"며 "우리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마련된 성금인 만큼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최은주 원장은 "학부모들의 호응도 뜨거워 1년에 두 번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하셨다"며 "성금 기탁식을 통해 나눔의 의미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등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한편 성심유치원은 지난해에도 원생들과 함께 환경의 날을 맞아 폐건전지 수거와 종이팩 교환 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지역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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