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길인걸 알고 나섰다"… 한동훈, 다시 '배수의 진'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2.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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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클럽 토론회 참석
"진보·보수란 이분법 넘겠다"
유연성 내세워 중도층 구애
"私가 들어가면 선거 망한다"
이기는 공천 원칙 거듭 강조
"저와 尹은 서로 다른점 인정
공적 지위에서 할일을 할 뿐"
이재명 대표 향해 날선 비판
"검사독재라면 감옥 갔을 것"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당장 물러날 것이며 총선 이후의 행보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시 '배수의 진'을 쳤다. 한 위원장은 또 진보 정당보다 더 진보적인 '우파 정당'을 표방하면서 중도층 확장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7일 한 위원장은 관훈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이기든 지든 4월 10일 이후에 인생이 꼬이지 않겠느냐"며 "그 이후는 정말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인생 자체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을 넓혀놔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좁은 의미의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을 갑자기 당 대표로 불러올린 것"이라며 "그만큼 이번 총선 승리가 절실하니까 어찌 보면 제가 죽을 길인 걸 알면서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저는 당연히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유연성'을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중도층 지지를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중간 지점을 겨냥한 답을 내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대신 개별 이슈마다 어느 쪽에서든 선명하고 유연하게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자기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지기 싫고 귀찮아서 불합리를 방치했다"며 "저는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데 진영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결했다"고 법무부 장관 시절 관여했던 인혁당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한 위원장은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넘어 경쟁과 자유란 가치를 지키면서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라는 말에 불만이 있다. 그 말에는 가치가 들어 있지 않는가"라며 "국민의힘은 자유주의 우파 정당이고, 민주당보다 미래지향적"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는 원칙도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직접 소개했다. 이로 인해 '사천' 논란이 일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김 비대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 위원장은 "과거의 문제는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내부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구도를 짜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사(私)가 들어갔을 때 선거가 망하는 것이다. 그런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특정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의 핵심 중에서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제가 집에 가서 말릴 것"이라며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지역에 나가서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 갈등이 노출됐던 대통령실과 관계에 대해서는 '최상의 관계'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생각이 다를 때 한쪽의 생각이 무조건 지배하는 관계가 안 좋은 관계"라며 "오히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갈등을 통해) 국민께서 보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님과 굉장히 오래된 사이다. 공적, 사적으로 여러 가지 인연이 있다"며 "저와 그분이 신뢰 관계를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주고 생각이 다를 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지위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관계는 여기서 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대통령의 당무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 "일도양단으로 말할 것은 아니고 이후가 중요하다"며 "소통이 지금 잘 되고 있고, 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위원장은 "검사독재가 있다면 지금 이재명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며 "검사독재를 한다면 이재명 대표가 지금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겠나"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 목표로 151석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목표는 자신의 생존, 당권 유지이고 151석이란 숫자가 그 점을 엿보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저열한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이 맞지만, 경호 문제나 여러 전후 과정에서 국민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며 "앞으로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으로 보완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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