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선처 바란 탄원서, AI로 위조했다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4. 2.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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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

지난해 11월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A씨를 수사하던 검찰은 그가 제출한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의아함을 느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가 인공지능(AI) 챗GPT로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구치소에 있던 A씨가 지인에게 '지자체 체육회' '공익 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주면서 AI 프로그램으로 탄원서를 쓰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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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피의자 탄원서 검토중
어색한 내용 많아 진위 수사
'공익활동' 등 키워드 입력해
챗GPT로 조작해낸 것 밝혀
AI 악용한 범죄행위 증가세
檢 "증거 검토 철저히 할 것"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A씨의 지인이 챗GPT를 사용해 위조한 탄원서. 서울중앙지검

"A씨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

지난해 11월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A씨를 수사하던 검찰은 그가 제출한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의아함을 느꼈다. 탄원서 전체 내용이 번역체인 데다 뜬금없이 '정의'를 운운하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문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가 인공지능(AI) 챗GPT로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탄원서 작성자 명의도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AI 기술로 위조된 탄원서가 수사당국에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같은 해 10월 재판 중 법정구속됐다.

A씨는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하면서 지인·가족 명의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인 체육회 팀장 B씨 명의의 탄원서를 법원에 추가로 냈다. A씨가 해당 지자체 체육회와 협력해 공익활동을 많이 한 만큼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해당 탄원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위조'로 의심되는 정황을 여럿 발견했다. 문체가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데다 A씨의 구체적 활동 내역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탄원서는 "A씨의 리더십 아래 청년들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었다"는 등 뻔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문서의 진위 확인 작업에 나섰다. 해당 지자체 체육회 및 구치소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GPT를 이용해 허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치소에 있던 A씨가 지인에게 '지자체 체육회' '공익 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주면서 AI 프로그램으로 탄원서를 쓰게 한 것이다. 문서 작성자로 명시된 해당 체육회 팀장 B씨는 A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탄원서에 적힌 B씨 이름 옆 지문 역시 A씨 본인이 직접 찍었다.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1년3월을 선고받은 A씨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실제로 형사재판에서 챗GPT로 조작된 탄원서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담당 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를 밝혀냈다"고 했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A씨처럼 탄원서를 위조하는 사례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피싱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해커들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악성코드를 제작해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AI를 악용한 보안 위협을 화두로 뽑은 배경이다.

검찰은 이 같은 사례가 자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계약서·합의서·탄원서 등 증거자료의 진정성에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면 진위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위조 범행에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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