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HBM 강자 뭉쳤다 …'AI슈퍼칩' 주도권 잡기 포석
하이닉스, HBM 만들어 보내면
TSMC가 GPU에 붙여 완성
사실상 AI반도체 시장 장악
HBM 미세공정 TSMC가 맡고
차세대 패키징까지 협력 확대
기술 고도화로 시너지 노려
◆ AI 반도체 합종연횡 ◆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연합 전선을 구축해 삼성전자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무서운 속도로 반격을 가해오기 전에 각 사의 강점을 결합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일부 공정을 TSMC가 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두 기업이 차세대 3차원(3D) 패키징으로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사들 간 합종연횡을 통해 구축된 AI반도체 전장의 핵심 전선이 '첨단 패키징' 분야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기술의 핵심인 AI 반도체는 방대한 연산을 수행하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대표된다. 현재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H100 등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AI GPU가 일반 PC용 GPU와 가장 다른 점은 메모리인 HBM이 연산을 수행하는 GPU와 한 몸처럼 묶여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판 위 GPU와 메모리가 따로 구분되어 탑재됐다. 하지만 GPU가 수행하는 연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 고속으로 연산을 보조해주는 전담 메모리가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 D램을 쌓아 올려 면적은 최대한 줄이고 속도는 대폭 끌어올린 HBM이다. HBM의 선발 주자는 SK하이닉스다.
H100 등 엔비디아 주력 제품은 SK하이닉스가 HBM을 TSMC에 보내면 TSMC가 GPU 칩을 만들고 HBM과 붙여 패키징하는 식으로 완성된다. 엔비디아 AI 칩의 초기 물량을 거의 독점한 TSMC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계 불황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반도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특수로 실적에서 선방했다.
SK하이닉스는 HBM으로 반등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가 흑자 전환한 데에는 HBM의 역할이 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49%로 1위다. 현재 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HBM3 제품 점유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최근까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불편함 없이 좋은 성과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자 간 긴밀한 협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메모리사와 파운드리사가 한 몸인 삼성전자가 전 공정을 한곳에서 끝내는 '턴키' 방식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HBM을 4세대(HBM3)까지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5세대인 HBM3E는 상반기에 본격 양산된다.
업계에선 아직은 초기 단계인 HBM 시장이 2026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HBM4(6세대)에서 만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BM4의 핀 수(I/O)는 2048개로 HBM3 대비 2배 많아 병목 현상이 더욱 줄어든다.
후발 주자인 삼성은 HBM4 시대에 본격적으로 판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GPU 칩 설계·생산부터 HBM 생산과 후공정 패키징까지 모두 한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턴키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기다.
이를 위한 첫 카드로 최근 HBM 로직다이에 미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직다이란 HBM에 적층된 D램 메모리를 컨트롤하는 가장 아래층을 말하는데, 로직다이의 선폭을 줄이면 HBM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입력할 수 있어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HBM이 사용하는 전력 소모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로직다이를 메모리 기업이 자체 일반 공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미세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선 전문가인 파운드리 기업의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제조사인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자이기도 한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로직다이에 미세 공정을 적용하는 데 유리하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연대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삼성전자의 기류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로직다이 생산을 TSMC에 맡겨 미세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양사는 차세대 패키징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I GPU는 2.5차원(2.5D) 패키징 방식으로 조립된다. D램을 수직으로 세운 HBM을 GPU 칩 옆에 수평으로 붙이는 방식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차세대 패키징은 D램을 로직 GPU 칩 위에 쌓아 올리는 3D 방식이다. 2.5D일 때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업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하다. TSMC는 'SoIC'란 이름을 붙인 3D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긴밀하게 협업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파트너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3D 패키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중앙처리장치(CPU), GPU 등의 프로세서 위에 데이터 저장용 D램을 올리는 'SAINT-D'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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