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방통위 지상파 재허가 '언론압박' '친자본' '노동외면'
2인 체제 방통위의 무리한 재허가 심사
비정규직 개선·SBS 소유경영 분리 조항 삭제
MBC UHD에 이례적으로 '공정성' 조건 강제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부과된 '조건'은 3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언론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고 자본을 견제하기 위한 주요 조건이 삭제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겨냥해 이례적으로 과도한 조건이 부과되기도 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23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결과를 의결했다. KBS2TV, SBS, MBC UHD 등 34개 방송사(방송국 기준 141곳)의 유효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 만료됐다.
文정부 방통위 강조한 비정규직 개선 조건 빠져
방통위는 방송사 공통으로 부과됐던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 마련 및 자료제출' 조건을 삭제하고 비정규직 현황 제출만 조건에 담았다. 재허가 조건은 이행하지 않을시 시정명령, 재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제력 있는 조치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방통위는 지상파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 관련 조건을 처음으로 부과했다. 당시 이재학 PD 등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됐고 방통위는 비정규직 관련 조항을 넣은 것을 성과로 강조했다.
여러 단체들이 방송계 비정규직의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엔딩크레딧은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는 참담한 결과”라며 2020년 재허가 조건에 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꿈쩍 않던 방송사들을 현행 방송제도 속에서 최소한으로 규제하려던 움직임”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지역방송사들에 불합격 점수를 주고 청문 과정에서 '경영 측면의 개선'을 압박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에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됐다. 언론노조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오히려 최근 적자 운영 중인 방송국에 경영개선을 위한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명시해, 비정규직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1일 미디어오늘에 “(비정규직) 운영 현황에 대해서만 지속적으로 받는 게 맞는다고 봤다. 국회 등에서 방통위가 회사의 노동 조건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등 과도한 조건이라는 외부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공정성' 조건 강제, MBC UHD에 이례적 조건
방통위는 다수 방송사에 공통 재허가 조건으로 '공적 책임·공정성 제고 및 취재보도 윤리 위반 방지 등을 위해 취재보도준칙, 윤리강령 등 내부 규정과 관련 교육제도 강화해 운영하고 내부 규정을 위반한 종사자 등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것'을 부과했다. 조건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방통위는 MBC UHD방송에도 이 조건을 강제했다. 2023년 MBC는 UHD 방송만 재허가 심사를 받았고 본방송(DTV) 심사는 연말에 할 예정이다. 그간 본방송(DTV)이 아닌 UHD 방송은 주로 기술·투자 등에 관한 조건을 부과했을 뿐 공정성 관련 내용을 강제하진 않았다.
MBC UHD 방송에 재허가 조건으로 '2024년 MBC DTV(본반송) 재허가 신청시 시사·보도 프로그램 공정성·객관성 확보 및 대내외 법적 소송 등 법률 관련 분쟁 관리 등 준법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및 개선방안 제출'을 강제한 점도 이례적이다. 별개 방송의 재허가 조건을 연계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성환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심사위원회에선 이 부분이 상당히 미흡하고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어 재허가 조건으로 올려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MBC의 경우엔 “심사의견서에 MBC의 공적 책임, 공정성 실현에 대한 부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DTV 재허가 신청할 때 보완해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했다.
SBS '소유-경영 분리' 조건 빠져
그동안 SBS 재허가 조건 및 권고사항으로 '소유경영 분리' 조항이 있었으나 이번 재허가에선 제외됐다. SBS 재무구조와 미래사업 등에 관해 종사자 대표와 협의하도록 하는 조항 등 종사자 대표에 권한을 부여한 조항도 사라졌다. 'TY홀딩스 및 그 계열사에 유리한 보도, 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방송이 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 조항은 유지됐다.
방통위는 중복되거나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은 없앴다는 입장인데 전부터 꾸준히 부과된 조건이 사라지면서 자본의 방송 개입을 견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지주회사 변경허가와 2020년 TY홀딩스 사전승인 때도 소유경영 분리가 화두였고 SBS는 방통위에 이행 각서를 제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지상파 SBS의 독립성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SBS를 불확실성에 노출시킨 최대주주에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방송의 사유화'에 길을 터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은 그 제정 목적인 '방송공공성과 민주적여론 형성' 구현을 위해 상법상의 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통위 입장에 반박했다.
초유의 2인 체제 재허가 의결
5인 정원인 방통위가 대통령 추천 위원 2인 체제에서 지상파방송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의결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정권의 꼭두각시 방통위가 내린 위법한 심사”며 “서울고등법원이 방송문화진흥회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언급한 말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했다. 2023년 12월20일 서울고등법원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했다며 2인 체제 의결의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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