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주인찾기 미궁에 빠져 … 한국 해상물류 엔진 식는다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
다시 산은 관리체제로 돌아가
글로벌 선사들 확장 경쟁 속
당분간 대형투자 어려워져
국가물류 경쟁력 후퇴 우려
◆ 표류하는 HMM ◆
HMM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작업 본격화로 해운업계에 격랑이 일고 있는데 KDB산업은행 관리체제로 회귀한 HMM이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매각 추진 주체인 산은과 해양수산부도 당장 재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처럼 해수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주인 찾아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정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당분간 지분 57.9%를 보유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를 비롯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일 전망이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매각 측인 산은·해진공의 주주 간 계약 협상이 전날 최종 결렬되면서다. 2016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8년여 만에 시도된 HMM 민영화 작업이 수포로 돌아갔다.
해운업계에서는 자금난으로 인수 여력과 경영 능력을 의심받았던 하림의 퇴장에 안도하면서도 재매각을 통해 글로벌 8위 선사인 HMM의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인 없는 회사'인 처지가 길어지면 장기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업황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선대 확장으로 경쟁력을 키워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력 강화를 이루려면 튼튼한 민간 기업이 경영을 맡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산은과 해진공을 비롯한 매각 측이 2조원대 인수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던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협상 대상자가 되지 말아야 할 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시간만 소비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재매각 시에도 매각가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채권단 체제에서 과감한 투자를 자제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실제로 2022년 HMM은 선대 확장과 터미널, 물류시설을 비롯한 핵심 자산 확보에 2026년까지 총 1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지만 뚜렷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 3위 CMA-CGM 등 글로벌 선사들이 '팬데믹 호황' 당시 축적된 자본으로 선대 확장뿐 아니라 물류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상에서 육상·항공으로도 확장하며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15조원을 해운 다각화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며 "향후에도 산은과 해진공 관리하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해운 업황으로 재매각이 쉽지 않은 환경은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2217.73으로 HMM 본입찰이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24일(993.21)에 비해 2.2배 상승했다. 그러나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홍해 항로' 통행이 지장을 받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동량보다 실어 나를 선박이 훨씬 더 많아진 건 변함이 없어 운임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동맹 재편도 변수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세계 5위 해운사인 하파크로이트가 탈퇴하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얼라이언스가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 선복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현재 18.5%에서 11.5%로 크게 낮아진다.
매각 측은 재매각이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매각 관련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 재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여건이 마련되면 재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산은·해진공 측 매각 관련 핵심 관계자도 "재매각 계획은 현재 없다"며 재매각 추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고했다.
[최현재 기자 / 이희조 기자 / 김희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재용 회장 딸 원주씨 美 NGO단체서 인턴 활동, 자기소개서 보니 - 매일경제
- 이러니 유튜버하려고 난리지…1년간 총수입 보니 ‘입이쩍’, 얼마길래 - 매일경제
- [단독] SK하이닉스·TSMC ‘AI 동맹’…삼성전자 견제 나선다 - 매일경제
- “HMM 인수 불발이 오히려 호재”…이 종목 단숨에 순매수 1위로 [주식 초고수는 지금] - 매일경제
- 설 연휴 짧아도 꼭 할거야…100만명이 선택한 건 ‘우르르’ 해외여행 - 매일경제
- 1년새 8배 오른 ‘AI 열풍’ 최대 수혜주…서학개미 보고 있나 - 매일경제
- “K주식 주가 올릴 수만 있다면”…자사주 소각 선언한 대기업들 어디 - 매일경제
- 딸 입 막고 식칼 들었던 엄마…“이스라엘은 지금 집단 트라우마” [르포] - 매일경제
- 日 기혼자 64% ‘섹스리스’…“젊은층은 관심 자체 낮아” - 매일경제
- 전쟁에서 패한 장수가 어떻게 웃을 수 있나, 클린스만은 대한민국을 이끌 자격 없다 [아시안컵] -